[시론/김우준]손학규 ‘새로운 진보’의 생명력

  • 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04분


5년 전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니까 앞으로 과연 보수정당이 집권할 기회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보수층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이 있었다. 이런 위기와 폐허 속에서 2004년 11월 보수의 혁신을 내세운 뉴라이트 운동이 태동했고 이번 대선에서 마침내 승리해 보수는 ‘새로운 보수’로 10년 만에 부활에 성공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대표로 하는 신보수 집권세력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나라당이 기존의 부패하고 수구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부단히 노력한 면도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잘못과 시행착오로 인한 반사이익의 측면도 크다 할 것이다.

좌우이념 넘어선 ‘중도실용’ 표방

보수가 ‘신보수’로 부활에 성공한 반면 중도와 진보세력의 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위기에 빠진다. 정통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 역시 대선에서 참패해 과연 앞으로 중도와 진보노선을 내세운 정당이 집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참패의 수습책으로 손학규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손학규 대표는 당의 노선으로 ‘새로운 진보’를 내세운다. ‘새로운 진보’란 진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중도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진보정당인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민당의 일부 세력이 ‘제3의 길’과 ‘신중도’ 노선을 제시하면서 집권에 성공했기 때문에 ‘새로운 진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즉 손 대표는 당의 새로운 노선으로 유럽식 ‘제3의 길’ 혹은 ‘신중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의 새로운 노선은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제3의 선택을 하는 것이고 이는 중도실용주의로 표현되기도 한다. 중도란 좌우이념을 넘어선 개념이기 때문에 손 대표는 “국민은 이념을 버렸다”라는 언급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신보수’에 대한 대안으로 ‘제3의 길’ 혹은 ‘신중도’를 제시하는 정치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손 대표가 실용을 강조하다 보니까 당 안팎에서 이명박의 한나라당과 뭐가 다른가라는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손 대표의 새로운 노선의 과제이기도 하다.

원래 보수가 작은 정부와 시장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데 비해 ‘신중도’는 국가, 시장 및 시민사회의 3각체제와 시장 및 사회정의를 내세운다. 보수가 강한 경제적 개인주의를 표방하지만 ‘신중도’는 시장 혁신뿐만 아니라 사회통합도 강조한다. 바로 보수와 중도의 노선이 다른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잘못은 좌파 시민사회세력에 휘둘리면서 시장 경쟁력을 훼손했고 안보 및 대북 정책에서 균형 잡힌 정책을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노무현 정부가 편향되고 시행착오를 겪을 때 2005년 2월 이미 ‘신중도(뉴미들)’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학술시민운동이 우리 사회에 태동했다.

실험 성공 땐 선의의 경쟁 체제로

손 대표의 새 노선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실용도 중요하지만 노선의 방향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정책에서 한나라당의 정책과 무엇이 다르며, 그 대안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의 대운하 공약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차기 정부의 통일부 폐지 계획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고자 하는 정책계획에 대해 차별화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실험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차기 이명박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과 다른 대안은 무엇이며, 경쟁력과 형평성을 조화롭게 다 살릴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과제도 손 대표에게 주어져 있다. 앞으로 신보수와 신중도 간에 선의의 경쟁이 벌어질 때 우리 사회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김우준 연세대 교수 신중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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