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미로에 갇히다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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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미로처럼 얽힌 반상을 수읽기의 힘으로 헤쳐 나와야 하는 상황. 힘이 얼마나 센가에 따라 미로를 탈출하는 자와 갇히는 자가 갈린다.

먼저 길을 잃은 건 이세돌 9단. 흑 73은 과수였다. 그냥 74의 곳에 두어 우상 귀를 확실히 살렸다면 나쁘지 않았다. 이 9단은 귀는 쉽게 죽지 않는다고 속단하고 있었다. 백 74로 치중하자 흑이 그냥 살기는 어렵다. 최소한 패가 나는 모양.

이 9단은 침통하게 귀를 바라보다가 마음을 접는다. 살기 어려운 돌을 살리려고 몸부림치면 올가미처럼 더욱 숨통을 죄어 올 수 있다. 귀는 아예 백의 처분에 맡기고 흑 73의 체면도 살릴 겸 흑 75로 보강한다.

박영훈 9단도 흑의 의외의 선택에 발을 내딛기 주저한다. 상대가 거세게 달려들면 그 힘을 역이용해 메다꽂으려고 했는데 상대가 딴전을 피우자 혹시 다른 함정이 있는지 의심한다. 박 9단은 백 76으로 조심스럽게 미로를 헤쳐 나간다.

하지만 이게 이 9단이 파놓은 진짜 함정이었다. 지금은 참고도 백 1부터 9까지 과감하게 흑을 잡았으면 당연히 백이 우세했다. 박 9단이 예상하지 못했던 수는 흑 83. 이 수가 이 9단의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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