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성공과 행복

  • 입력 2007년 10월 30일 03시 02분


코멘트
사람은 누구나 성공과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무엇이 성공인지, 무엇이 행복인지 말해 보라면 말문이 쉽게 안 열린다. 그럼 성공과 행복은 어떤 ‘사이’일까. 인간관계 심리학의 대가 데일 카네기(1888∼1955)는 “성공은 원하는 것들을 얻는 것이고, 행복은 얻는 것들을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전설적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1881∼1931)는 “성공은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잠시 나타나서 우리를 즐겁게 해 주고 날아가 버리는 나비 같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몇십 년 사이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낮은 편이다. 올해 영국 신경제학재단(NEF)이 세계 178개국 국민의 행복지수(HPI)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102위였다. 국가적 성공이 꼭 개별 국민의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낮아도 너무 낮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배 아픔 증후군’이 행복감을 깎아 내리기 때문일까.

▷HPI 평가에서 태평양 서남부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가 생활 만족도와 평균수명, 환경여건을 종합한 행복지수 1위 국가로 꼽혔다. 이 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233개국 중 203위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정우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최빈국 방글라데시 국민의 행복도가 세계적으로 높다고 강조한 바 있다. 행복과 소득 수준은 상관없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물론 가난해도 행복할 순 있다. 그러나 가난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성공과 행복이 이번 대선 정국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가족행복시대’를 내걸고 나왔다. 이 후보는 성장과 경제 파이 증대를 다수 국민의 성공 스토리로 연결하겠다고 하고, 정 후보는 ‘차별 없는 성장’을 가족 행복의 전제로 삼는다. 성공과 행복, 다 좋은 얘기들이지만 헛배만 부른 느낌이다. 5년 전 화려한 수사(修辭)로 등장했던 대통령이 국민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