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경호]32조 투입 ‘저출산 대책’ 중복투자 많다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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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해’를 맞아 3년 만에 합계 출산율이 상승하는 반짝 효과를 보였으나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산율 최하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 2050년이 되면 한 해 출생자가 22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출산연령층인 20∼34세의 여성 인구가 259만 명으로 뚝 떨어져 인구증가율이 거의 0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50년에는 노인 1명을 생산가능 인구 1.4명이 부양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세대전쟁, 문화전쟁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저출산과 고령화사회에 대응해 정부는 2006∼2010년에 32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새로마지플랜 2010’ 로드맵을 운용하고 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면서 대통령자문기구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 격상하면서 매년 5조∼6조 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새로마지플랜 2010에 토대를 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은 재원 확보 차원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일부 사업은 실효성이 낮고 부처 간 중복 투자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부처별로 고령화사회에 대응해 인적자원개발 및 평생학습 관련 사업이 서로 다른 명목으로 각자 추진되고 있다. 또 교육부총리가 맡은 인적자원개발 영역이 보건복지부 장관 책임하의 고령화 대비 사회문화 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인적자원개발 업무의 범부처적 총괄과 조정 기능에 어려움이 많다.

고령자인재은행, 고령자취업센터 고용안정센터 운영 책임은 노동부가, 노인복지회관 시니어클럽에 관한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여성인력개발센터 기능은 여성가족부가, 노인대학은 행정자치부가 운영했지만 상호연계가 잘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출산 고령사회 시책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참여 부처의 관련 사업으로 구성되는데 내용이 포괄적으로 제시돼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국가예산이 정부 부처의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관련 기능과 조직을 정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단순히 보건과 복지 관점에서 풀 수 없는 대단히 복잡한 퍼즐이다.

독일어권 및 남유럽 국가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하고 가족주의 및 가부장적 문화가 견고해 저출산 현상이 개선되지 못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추진했던 신에인절플랜이 실패한 이유도 장기대책보다는 보육 중심의 단기대책에 치중했기 때문임을 역지사지로 배워야 한다.

차기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우선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개별 시책에 대한 효과평가를 전담하는 부처를 지정하거나 행정위원회 형태의 전담 부처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전담 부처는 부처별로 분산돼 추진하여 발생하는 국가재정기반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단기적, 경제지원 중심의 비효율적인 정책대응 관행을 타파하도록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 사회문화 차원에서의 대응력 강화도 중요하다. 남녀평등과 다문화 가정을 용인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가족 친화적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조경호 국민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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