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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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노버 시는 1990년대 초반 버스정류장을 예술 공간처럼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건축의 거장 가우디의 고향답게 거리 전체가 거대한 디자인 전시장 같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아름다운 경찰차 디자인으로 치안 불안을 줄였다. 이처럼 디자인 혁명으로 경쟁력을 높인 도시가 많다.

▷서울시도 부시장급이 본부장인 디자인서울 총괄본부를 가동하고, 미적(美的) 차별성이 없는 성냥갑 아파트를 건축심의에서 제외하는 등으로 디자인 혁명을 꿈꾸고 있다. 아름다운 간판, 벤치, 휴지통, 가판대 운동을 벌이는 구(區)들도 생겼다. 이런 노력이 세계의 호평을 받았다. 유명 디자이너, 학자, 전문가가 모인 디자인 관련 세계 최대 민간단체인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 창립 50주년 총회에서 서울을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WDC·World Design Capital)’로 정한 것이다.

▷‘세계 디자인 수도’ 선정은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한 세계화 시대에 디자인 면에서 모범이 될 만한 도시를 찾아 영감(靈感)을 얻자는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토리노가 첫 시범도시로 지정됐고, 이번에 첫 공식도시로 밴쿠버, 싱가포르, 두바이 등을 제치고 서울이 뽑혔으니 서울의 국제 위상이 한결 높아지게 됐다. 1년간 ‘디자인 수도’의 지위를 부여받음에 따라 7조 원대의 디자인 시장(市場)이 15조 원대로 성장하고 디자인 전문 기업도 1575개에서 2500개로 늘어나 2만4000여 명의 고용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했다.

▷삼성 LG 현대 등 우리 기업의 제품들이 그동안 세계적 디자인상을 잇달아 탄 것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일본 오사카를 디자인 도시로 주목받게 한 힘도 마쓰시타전기, 샤프, 산토리 같은 본거지 기업들의 제품이 각종 디자인상을 수상하면서였다. 아름다운 제품들을 통해 디자인에 눈을 뜬 시민들의 상상력이 도시 리모델링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도시 자체를 바꾼 것이다. 도시건, 나라건 역시 답은 기업에 달려 있다. 기업의 자유와 창의력을 살려만 주면 세상을 가장 많이 바꿀 수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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