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 신 씨 구속영장에 담긴 이 나라의 한 자화상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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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구속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가짜 박사 신정아 씨의 범죄 혐의는 이 정권의 도덕성 추락, 공직과 그 주변 사회의 윤리 불감증을 확인시켰다. 변 씨는 신 씨를 위해 국민 혈세인 국가예산을 자기 쌈짓돈처럼 주무르고 권력을 남용했다. 그는 신 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 주빈국 큐레이터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 기획예산처 장관과 대통령정책실장이라는 영향력을 이용해 성곡미술관의 기획 전시회에 기업들이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 심지어 특별교부세를 편법 지원한 혐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변 씨의 ‘힘’만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부 사람들이 스스로를 규정한 ‘도덕성에 바탕을 둔 시스템 정부’는 공허한 구호로 전락했다. 과거의 정권을 비판할 만한 도덕성도, 선진국 정부와 같은 엄격한 내부 체크 시스템도 없이 말만 앞선 정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언론의 추적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만 부풀리고 진실을 가리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비난하면서 ‘법적 대응’ 운운하는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깜도 안 되는 소설 같은 의혹”이라는 노 대통령의 반응은 특히 압권이었다. 청와대는 변, 신 씨가 구속된 지금도 그간의 거짓 브리핑, 대통령의 사건 오도(誤導) 발언과 언론 모독에 대해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기소할 때까지 미진한 부분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두 사람 말고 배후에 다른 관련자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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