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2007∼2008시즌 첫 주 월요일 우리는 첼시가 유럽을 영원히 지배할 것이란 전망을 들었다. 그러나 화요일 첼시는 약체 로센보리(노르웨이·1-1 무승무)를 격파하는 데 실패했다. 그 다음 날 조제 모리뉴 감독은 첼시의 전(前) 감독이 됐다.
이런 잔인함은 잉글랜드 축구에 ‘러시아의 독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러시아의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세계 최고의 감독을 원했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모리뉴 감독을 영입했다. ‘특별한’ 모리뉴 감독은 3억7500만 파운드(약 6900억 원)를 선수 영입에 쏟아 부었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번 우승했다. 하지만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권좌를 내줬고 결국 자신의 보스에게 챔피언스리그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리뉴 감독을 애석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는 첼시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거액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돈에 철저한 사람과 구단에 대한 이야기다. 축구를 그토록 매력적이게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해 보자. 포르투갈 출신의 ‘영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모리뉴 감독이 첼시를 떠난 바로 그날 고국으로 향했다. 그는 리스본 알바라데 스타디움에서 자신의 첫 프로팀인 스포르팅 리스본을 상대로 헤딩골을 넣어 1-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신은 호날두가 골을 넣고 어떻게 하는지 보았는가. 그는 골을 넣은 뒤 공중으로 펀치를 날리거나 껑충껑충 뛰고 싶은 유혹을 애써 참았다. 그는 “이곳 사람들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 골을 넣어 기쁘지만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스포르팅에는 미안하다”며 승려처럼 공손히 두 손을 모았다.
스포르팅 팬들은 호날두가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겼음에도 이런 그에게 열렬히 환호했다. 내가 보기엔 이게 진정한 스포츠다. 모리뉴 감독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했지만 내 눈엔 호날두가 그런 존재다. 춤추는 듯한 다리, 강철 같은 체력, 매혹적인 스피드, 그리고 생기 넘치는 상상력은 프리미어리그를 빛내고 있다.
호날두가 가난에 찌든 고향을 떠난 지 10년. 12세 소년이 험한 파도를 헤치며 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것은 꿈을 향한 열정과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바르셀로나가 지난주 리옹을 3-0으로 꺾었을 때 호나우지뉴는 팬들의 숨을 멎게 만들 만큼 현란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자, 모리뉴 감독이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그리고 축구 산업 같은 거대한 읽을거리를 좋아하는 팬들께서도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보자.
그라운드에는 호날두의 고향 방문에서 느낄 수 있었던 훈훈한 감동, 호나우지뉴의 현란한 개인기 등 훨씬 인간적이고 흥미진진한 장면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