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선 실험, 成敗의 갈림길에 선 한나라당

  • 입력 2007년 8월 17일 22시 51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결전의 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 밤 12시면 선거운동이 종료되면서 한 달간의 공식 경선 드라마가 사실상 막을 내린다. 비공식 운동까지 포함하면 1년 2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보수 정당이 처음으로 경선다운 경선을 치렀다. 그러나 성공적인 경선 실험으로 기록되려면 아직 중요한 고비를 하나 더 넘어야 한다. 바로 패자의 깨끗한 승복(承服)이다.

국민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대결은 정당 사상 가장 뜨겁고 치열했다. 싸울 만큼 싸웠다. 한반도대운하 건설, 한중(韓中) 열차페리 사업 같은 정책 경쟁도 적지 않았으나 그보다는 사적(私的) 영역에 대한 의혹 제기 등 네거티브 대결이 주를 이뤘다. 경선 룰을 놓고 격돌하면서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고소, 고발의 난무로 검찰과 경찰의 개입을 자초하는 나쁜 선례도 만들었다. 반성해야 할 대목들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검증청문회 도입은 정당사(史)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론회 과정에서 일반 국민에게 손수제작물(UCC)을 통해 질문을 받는 방식을 도입한 것도 신선했다. 각각 4차례의 정책 토론회와 TV 토론회, 13차례의 전국 합동연설회도 과열로 일부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긴 했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 고진화 의원을 제외하고 홍준표, 원희룡 의원을 포함한 4명이 경선을 완주한 것도 뜻이 작지 않다.

경선은 끝이 아니라 본선을 위한 시작일 뿐이다. 진짜 승부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한나라당은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경선 불복과 외부의 네거티브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두 번 다 승기(勝機)를 놓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경선 후 이, 박 두 사람이 분열한다면 그런 자멸적 패배가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경선의 묘미는 치열하게 싸우되 승자는 패자를 따뜻하게 끌어안고, 패자는 흔쾌히 패배를 인정하는 데 있다.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경선의 진정한 성패(成敗)는 대선 후보를 최종 확정짓는 20일의 전당대회가 화합의 한마당이 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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