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자유 흔드는 검찰의 본보 압수수색 시도

  • 입력 2007년 7월 29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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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월간 신동아 6, 7월호에 실린 ‘최태민 보고서’ 관련 내용의 출처를 확인하겠다며 26, 27일 동아일보사 전산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은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과잉수사로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기사 출처를 밝혀내려고 기자들의 e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기자가 생명처럼 여기는 취재원 보호 원칙을 짓밟는 것이다.

자유언론이 취재원을 보호하지 못하면 권력의 비리 등에 관해 취재하기도, 제보(提報)를 받기도 어려워 결국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된다. 본보 기자들이 어제 성명을 통해 “언론의 취재원 보호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의 핵심이자 취재 및 보도 자유의 필수요소”라고 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선진국에서는 국가안보에 관한 긴박한 사안이 아니면 취재원을 파악하겠다는 이유로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일이 없다. 미국은 30여 개 주(州)가 취재원 보호를 보장하는 방패법을 두고 있고 연방도 입법을 추진 중이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직원의 내부 보고서 유출 혐의를 밝히기 위해 관련 기사를 쓴 신동아 기자 2명의 e메일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자들은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나 범죄에 연루된 피내사자가 아니다. 단순한 ‘피내사자의 관련인’일 뿐이다. 이런 기자들의 e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하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더욱이 본사는 동아닷컴 홈페이지에 게시된 신동아 ‘최태민 보고서’ 기사에 접속한 로그인 기록을 검찰에 넘겨줬다. 기자들의 e메일에 대해서도 취재원과 사생활 보호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찰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세다.

검찰이 출처를 밝히려는 ‘최태민 보고서’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긴박한 사안도 아니다. 정치적 논란의 대상일 뿐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른바 ‘이익교량(利益較量)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부당한 수사권 발동이며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 과정에서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에 관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영장을 발부했다면 언론 자유에 대한 기본 인식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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