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훈]한국경제 조선산업서 배우자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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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선박 4척 중 1척은 한국이 건조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약 20년이 되도록 지금처럼 내가 선택한 전공 분야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 본 적이 없다. 국내 산업별 수출 품목 4위, 수출액 210억 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35%, 세계 톱10 업체에서 국내 업체 1∼5위 석권. 한국 조선업계의 지난해 성적표다. 한국 선박이 세계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류 상품이라는 점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기술혁신으로 세계시장 ‘싹쓸이’

올해 들어서 중국에 비해 선박 수주량이 적었던 적이 있지만 일시적이었다. 6월 현재 중국을 제치고 세계시장을 여전히 리드한다. 액화천연가스(LNG)선, 컨테이너를 8000개 이상 수송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원유 생산 및 저장선인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의 독주가 돋보인다.

예를 들어 상반기(1∼6월)에 발주된 LNG선 13척을 모두, 드릴십 6척 중 5척을 국내 업체가 수주했다. 국내 업체는 이미 3년 이상의 작업 물량을 확보한 가운데 올해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선박 수출액은 2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계의 우수한 성적표는 세계 조선시황이 활황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기업의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선박 수요가 아무리 증가해도 미래를 위한 준비가 없었다면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었다.

조선업계는 1990년대 이후 생산성 향상, 건조공법 개발, 신(新)선형 개발 등 기술 혁신을 통해 건조 능력을 확충하고 국제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했다. 정부는 조선해양 분야의 공통기반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조선기자재연구원을 설립했다.

국내 업체는 가격을 위주로 하는 과거의 경쟁 전략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을 통한 우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1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개발, 한국형 가스수송용 화물창 개발, 육상 건조공법을 비롯한 신개념 건조공법 개발 등 다방면에서의 기술 혁신을 계속하는 중이다.

첨단 기술과 조선 기술을 복합 또는 융합하는 신개념의 선박 개발, 설계 및 생산 과정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설계 및 생산 자동화 시스템 개발 등 시장 수요를 리드하는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은 풍부한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통해서 가능했다.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선주의 주문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설계 능력에 있다. 대형 업체당 1000명 이상의 설계 인력을 바탕으로 해외 선주가 원하는 대로 선박을 설계하는 시스템이다. 국제 경쟁력의 원천은 기술 혁신이며 그 중심에는 풍부한 전문기술인력이 있다.

현재 한국은 설계 능력을 갖춘 연간 800명 이상의 전문기술인력을 배출한다. 이 중 절반가량이 조선업체에 취업한다. 경쟁국인 일본은 400명 정도의 전문기술인력을 배출하지만 15%만이 관련 업계에 취업한다. 한국과 일본의 설계 능력 격차가 점차 커져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독주 돋보여

세계 조선경기의 호조세를 반영하듯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조선소의 설립 등 조선산업에 대한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의 고용을 창출하고 연관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설비 과잉 문제는 흘려들을 수 없는 문제로 관련업계,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조선산업이 현재의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에 있다. 다른 산업 부문을 포함해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을 조선산업이 말해 주고 있다.

김영훈 목포대 연구교수 중형조선산업지역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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