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민소환제를 ‘님비 관철용’으로 써선 안된다

  • 입력 2007년 7월 6일 23시 16분


코멘트
광역 화장장(火葬場) 유치에 반대하는 경기 하남시 주민들이 김황식 시장과 시의원 3명을 상대로 주민소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 강북구 일부 주민도 미아1-1구역 재개발 문제와 구청 공무원들에 대한 초과근무수당 허위 지급 의혹을 이유로 김현풍 구청장 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이런저런 이유로 단체장 소환에 나설 움직임이다. 이러다간 전국이 지자체 주민소환 바람에 휩싸일 소지마저 있다.

지방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주민소환제가 지역사회에 새로운 갈등을 촉발하는 불씨가 된다면 원래 취지와는 달리 혼란만 부추기게 될 것이다. 주민이 이 편, 저 편으로 갈리고 단체장과 주민 사이에 법적 공방이 벌어질 우려마저 있다. 법 규정에 소환청구의 사유를 명시하지 않아 남용의 소지를 열어 둔 탓이 크다. 당초 발의된 법안에는 ‘법령을 위반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경우’로 소환 사유가 제한됐으나 국회의원들이 심의 과정에서 무책임하게 삭제해 버렸다. 국회의원 눈에 거슬리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혼내 주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

주민소환제는 ‘임기의 보호막’ 뒤에 숨어 비리나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임기 중에 쫓아내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이 제도가 남용되면 소신 있는 행정이나 의정활동이 어려워진다. 하남시의 주민소환이 성공한다면 화장장이나 쓰레기소각장 같은 혐오시설 유치에 어느 단체장이 적극 나서겠는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매사에 주민 눈치를 살피고, 주민의 구미에 맞는 일만 골라 하려 한다면 가뜩이나 심각한 지방행정의 포퓰리즘과 님비현상(지역이기주의)이 더욱 활개를 칠 게 뻔하다. 국가 전체의 행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민소환제가 진정 지방행정 책임자들을 각성시키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하려면 남용과 악용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소환청구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주민들의 의식도 한층 성숙해져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