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고독한 마라토너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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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77이 요처다. 백 ○가 기어 나올 때 축머리 구실도 하고 있다. 백 78부터 허허실실(虛虛實實)의 행보가 이어졌다. 휘적휘적 큰 걸음을 옮기고 있지만 흑은 방치한 ○ 한 점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백 82 때 흑 83으로 끌고나왔다. 보통 이렇게 붙여 나오는 것이 수습의 맥이다. 그러나 날마다 장이요 장마다 꼴뚜기는 아니다. 지금은 문제수였다.

참고1도 흑 1로 어깨를 하나 짚은 뒤 3, 5를 선수하고 7에 붙였으면 백의 응수가 곤란했다. 백 8에 젖히면 흑 9로 끊어 아주 골치 아프다. 따라서 참고2도 흑 1 때 백 2로 서는 수를 생각해야 하는데 흑 17까지 살아두면 피차 어렵다.

흑 83, 85로 탈출했으나 백 88이 적절한 보디체크다. 이쪽을 받아주면 우변 흑 석 점이 심하게 시달리게 된다. 흑 89로 달아날 수밖에 없는데 백 90의 연타를 당하자 판이 일그러졌다. 당했다. 진동규 3단이 입맛을 다신다. 백의 페이스다. 이제부터 한걸음 뒤처진 채 상대의 등만 바라보며 따라가야 한다. 마라톤에서 작전상 거리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더 처지지 않기 위해 따라붙어야 할 때 힘이 배로 드는 법이다. 흑 103, 백 104는 기세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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