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병대]‘서울다운 브랜드’ 만들자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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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진영 간 이념의 장벽이 무너지고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세계는 바야흐로 국가 간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중이다. 국가 간 경쟁은 지역 간 경쟁으로, 지역 간 경쟁은 도시 간 경쟁으로 압축된다. 유명한 도시학자인 카우프는 ‘신이 자연을 만들고 인간이 도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도시의 경쟁력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흘리는 땀의 결정체임을 의미한다.

오늘날 선진국의 경쟁력은 대도시의 경쟁력으로 나타난다. 대도시가 고유한 상징성과 독창적인 브랜드로 지구촌 사람을 유인하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려고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를테면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영국은 런던 브리지로, 프랑스는 파리의 에펠탑으로, 미국은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으로, 중국은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으로 도시의 고유한 브랜드와 상징성을 담아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머물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월드리서치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115명을 대상으로 서울의 상징성을 조사한 결과 김치가 압도적으로 높은 20.7%로 나타났다. 다음은 친절(7.6%) 쇼핑(3.1%) 불고기(2.8%) 올림픽과 드라마(각각 2.5%) 남산의 N서울타워(2.0%)였다.

김치는 서울이란 도시를 상징하는 이미지나 브랜드로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외국인의 눈에 아직까지 서울의 이미지나 브랜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서울을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만들기 위해 관광과 문화를 신(新)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파리나 뉴욕에 견줄 만한 브랜드를 찾아 2010년까지 12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노들섬의 오페라하우스 등 새로운 랜드마크를 조성하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세계 일류 도시, 경쟁력이 높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의 특성에 기반을 둔, 서울만의 고유하고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이 선결요건이다. 노들섬의 오페라하우스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능가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라도 서울의 특성을 살리면서 브랜드화할 수 있는 소스(source)를 찾아내고 역량을 결집해 가꾸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선진 도시가 지니는 브랜드의 유형과 속성을 분석하고 선진 도시 브랜드의 아류가 아닌 서울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는 남산의 N서울타워, 남대문, 한강, 경복궁을 소재로 하여 브랜드화를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서울은 30, 40년 만에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도시 역사상 유례없이 압축적으로 고도성장한 도시이다. 부산물로 청계천에 고가도로와 난지도에 쓰레기 산이 생겼다. 도시 흉물인 청계 고가도로는 환경 친화적인 자연형 청계천으로 복원됐고 난지도는 생태공원과 골프장으로 거듭났다. 이들은 서울의 새로운 물리적 기반을 구축했다.

지금 구상 중인 보행자 중심의 광화문 상징가로와 복원된 청계천에 서울의 정신을 접목하면 새로운 명물과 브랜드로 자리 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도쿄가 신주쿠에 신청사를 건설해 도쿄의 새로운 브랜드로 개발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도시도 브랜드의 시대이고 마케팅의 시대이다. 서울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을 재조사하고 시민의 총의를 모아 서울다운 브랜드를 창출해 가꾼 뒤 서울의 혼을 불어넣은 마케팅을 통해 선진 서울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최병대 한양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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