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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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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유흥업소마다 여종업원을 고용할 때에는 반드시 나이를 확인하는 것이 정착됐다. 그러나 ‘자녀 안심’ 운동의 최대 수혜자는 가출 소녀나 그 부모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일부 소수의 전관(前官) 변호사들이었다. 검찰의 엄단 방침에 따라 매주 수십 명의 유흥업소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이들은 감옥 가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거액을 주고 법원과 검찰 출신의 거물 변호사를 샀다. 몇 달 동안 단속이 이어지면서 변호사 업계는 때 아닌 ‘특수(特需)’를 누렸다.
요즘 일부 변호사 사이에서 “왜 요새 검찰은 수사를 안 하느냐”라는 농담이 나오는 것도 검찰이 갖고 있는 ‘변호사 수요 창출’ 기능을 콕 집어낸 얘기다. 실제로 최근 변호사 시장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검찰과 법원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확대하면서 구속자는 2004년 8만5000여 명이던 것이 지난해에 5만1000여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전관의 힘을 발휘해 구속돼 있는 사람을 단박에 자유의 몸으로 풀어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손쉬운 돈벌이였으나 이제는 그런 구시대적 수익 모델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 됐다.
최근 들어서는 불구속재판을 받다가 법정구속 되는 일이 잦아지고 항소심에서 으레 1심 형량을 깎아 주는 관행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변호사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힘센 변호사라고 써 봤지만 법정구속을 당하고 더 센 변호사를 선임해 2심에 가 봐야 형량이 깎이질 않으니 성공보수를 바라기는커녕 욕이나 얻어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게다가 사건 의뢰인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브로커로 전락한 변호사까지 심심찮게 등장해 변호사 업계는 신뢰의 위기까지 겪고 있다.
그나마 국선변호인 변론의 질이 나아졌다는 평을 받고 사정이 딱한 구속 피의자를 위해 피해자와의 합의금 100만 원을 대신 내준 어느 변호사의 미담은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거대 로펌의 공략에 맞서 변호사 업계가 실력을 기르는 것도 시급하고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국의 변호사가 8000명이 넘는데도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무변촌(無辯村)’이 100여 곳에 이르는 것이 우리 법률서비스 시장의 현실이다.
두 달여 뒤인 9월 23일이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00주년을 맞는 날이다. 1907년 9월 23일 국내 변호사 단체의 효시인 한성변호사회가 설립 인가를 받은 게 그 기점이다. 이후 서울변호사회는 독재시대에는 권력의 폭압에 맞서 인권을 지키는 등불 역할을 했고 민주화 이후에는 당직변호사제도, 경찰서 순회 당직 접견 제도, 외국인 노동자 보호 활동 등을 통해 약자의 아픔을 껴안아 왔다.
서울변호사회가 내걸고 있는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는 모토야말로 100년의 역사 속에서 한국의 변호사들이 이뤄 온, 결코 잃어서는 안 될 경쟁력이다.
김정훈 사회부 차장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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