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교육 그럴듯한 목표, 잘못된 수단

  • 입력 2007년 6월 26일 2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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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152개 대학 총·학장과의 대화에서 “전 국민의 경쟁력, 국민적 통합, 균형 있고 다양성 있는 사회 같은 가치를 교육의 정책에서 살려 나가야 한다”며 내신 위주 대입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대학 자율도 규제받을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증진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으로 귀결된다는 논리였다.

내신 50% 반영의 대입정책이 전 국민의 경쟁력을 높이고 통합과 균형을 가져온다면 적극 환영할 일이다. 정부가 2009학년도부터 소외계층 특별전형을 11%까지 확대하겠다는 ‘기회 균등 할당제’ 역시 대학 진학 기회를 넓혀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사회적 배려로 보인다.

그러나 고교에 따라 내신 1등급이 수능에서는 7등급을 받는 등 학교 간 격차가 큰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전 국민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런 격차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소외계층이 많은 학교에 우수 교사 배치, 재정 지원 등을 통해 학력(學力)을 높이는 근본적 해결책 없이 내신 위주 대입정책을 고수해서는 대통령의 희망처럼 ‘개천에서 용도 나오고 잉어도 나올 수 있는 코스’를 만들기 힘들다. 소외계층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문제도 공교육의 질(質)을 높이고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초 권유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대입제도가 ‘국민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실과 다르다. 2004년 10월 새 제도가 발표됐을 때부터 대학은 “이 제도로는 학생 선발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했고, 2005년 5월 7일에는 고1 학생들이 사상 초유의 촛불시위도 벌였다. 당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촛불시위를 막기 위해 “학생부를 30% 반영할 경우 내신이 대입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담화까지 발표했다.

선진국들은 대학의 자율과 경쟁을 강화해 교육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국가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만 해도 대학교육의 균등화를 추구하다가 대학의 질은 물론 국가경쟁력까지 떨어져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개혁으로 대학 예산 배정에 성과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정부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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