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3등에서 與 1등으로 올라선 손학규 씨

  • 입력 2007년 6월 26일 2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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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씨가 어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범여권 합류를 공식 선언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99일 만이다. 예상됐던 일이다.

그는 간담회에서 “범여권 대통합은 국민 대통합의 고리이자 길목”이라며 “더는 소소한 이해관계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대통합의 바다에 저 자신을 던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의(大義)를 위해 한 몸을 기꺼이 바치는 듯한 말이지만 그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대선 예비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지 않았어도 과연 그런 선택을 했을지 의문이다.

손 씨는 간담회에 앞서 백범 김구(白凡 金九) 선생 58주기 추모식에 다녀왔다며 ‘사회통합과 남북통일을 향한 백범의 염원’을 인용하기도 했다. 범여권 대통합을 백범정신에 비유하는 듯한 그의 말은 가당찮다. 손 씨에게 많은 국민이 좋아하는 백범어록 한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백범은 “내 평생소원은 대한독립 하나뿐이다. 70 평생 이 소원을 위해 살아왔다”며 독립만 이뤄진다면 ‘독립정부의 문지기’가 돼도 좋고 ‘독립된 나라의 가장 미천한 자’가 돼도 좋다고 했다. 대의에 몸을 바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야당 3등에서 여권 1등으로 변신하는 것을 그렇게 포장할 수는 없다.

손 씨는 14년간 몸담고 있던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군정(軍政)의 잔당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먹던 우물에 침을 뱉지 않는다는 동양사회의 기본적 덕목(德目)조차 버린 사람이 국민 대통합과 새 정치를 아무리 외친다 한들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과 불신감만 깊게 할 뿐이다. 범여권 대통합의 한 축인 민주당의 조순형 의원도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씨가 범여권 후보가 돼 다시 한나라당과 경쟁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손 씨는 “대통합을 위해서라면 밀알이든 불쏘시개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백범처럼 평생 언행이 일치했던 지도자라면 국민이 그 말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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