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次期도 현 정부처럼 경제 하라”는 끔찍한 선동

  • 입력 2007년 6월 17일 23시 04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충남 천안에서 열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총회에 보낸 축하 영상메시지를 통해 “참여정부는 경제위기를 잘 관리해 극복했다”면서 “경제는 참여정부처럼 하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경제 실정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억지를 부려서라도 국면 뒤집기를 하려는 것 같다.

세계의 많은 경제교과서는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 등이 40여 년 만에 선진국 문턱에 올라선 것은 고성장 기조를 유지한 덕분”이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4년을 겪으면서 교과서를 고쳐 써야 할 판이다. 한국 경제에 저성장과 활력 상실, 저투자 저고용이 고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가늠하는 여러 지표 중 성장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성장이 실업 빈곤 경상수지 주가 등 많은 변수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시장을 개방하고 세계화를 하자는 것도, 인재를 키우자는 것도,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도 결국 성장을 통해 국부(國富)를 키워 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 주기 위해서다.

“참여정부처럼 경제 하라”는 말은 이렇게 들린다. ‘바늘구멍 취업문’ 현상이 계속되면서 청년실업자가 더 늘어나고, 이들이 가정을 꾸릴 방법이 없어 결혼을 미루는 모습을 외면하라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버티다 못해 매년 5만 명씩 단순노무자로 전락하는 현실을 방치하라는 얘기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행정규제를 풀어 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시위를 무시하라는 것이다. 정부와 공기업만 살판나도록 놔두라는 의미다. 거침없는 고성장의 ‘후진타오 경제’, 개혁을 통해 회복에 성공한 ‘고이즈미 경제’에 완패한 이른바 노(盧)노믹스를 계속 끌고 가라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집권은 좀 끔찍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경제를 참여정부처럼 하라는 대통령의 말이 끔찍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