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는 누구를 닮아 신문 때리기에 혈안인가

  • 입력 2007년 6월 11일 23시 10분


9일 방영된 KBS 미디어 포커스 ‘각하 만수무강하십시오!’ 프로그램에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부산 KBS 방송국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는 장면이 짧게 나온다. KBS가 도도한 민주화 요구를 외면하고 민의(民意)를 계속 왜곡하다가 국민의 저항에 부닥친 것이다. KBS와 MBC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생일잔치와 딸 결혼식 기념 비디오를 찍어 대통령에게 경쟁적으로 헌납한 실상도 이 프로그램에 담겨 있다. KBS는 5공화국 시절 오후 9시를 알리는 시보(時報)가 ‘땡’ 하는 순간 전(全) 대통령 동정기사를 내보냈다. 바로 ‘땡전뉴스’다.

6월 항쟁으로부터 20년이 흘렀지만 KBS는 여전히 권력의 방송이라는 틀 안에 안주하고 있다. 권력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과거를 반성하는 프로그램 한두 편 방영하고는 새 권력의 품에 안기기를 반복했다.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KBS 사장이 될 수 없고, 정연주 현 사장처럼 연임은 꿈도 꿀 수 없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電波)를 과점(寡占)한 채 ‘국민의 방송’이라고 자칭하며, 실제로는 시대착오적 좌파 이념이나 친북반미 의식을 전파(傳播)하는 데 앞장섰다.

KBS의 이른바 언론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는 주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메이저 신문 때리기에 힘을 쏟는다. 11일 ‘뉴라이트 폴리젠’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황근 선문대 교수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1∼5월 이 프로그램의 62.6%는 3개 신문에 대한 비난이었다. 방송사 전체에 대한 비평은 5.5%였고, KBS 자체 비평은 단 한 건뿐이었다. ‘각하 만수무강하십시오!’ 같은 자성적(自省的) 프로그램은 민주화 20년 보도 홍수 속의 구색 갖추기일 뿐이다. 미디어 포커스는 비평 내용이 공정하지도 않고, 반론 기회도 주지 않는 공격 일변도의 프로그램이라고 세미나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국민한테서 시청료를 거두고 세금에도 손을 내미는 KBS가 권력에 비판적인 신문들을 때리는 것에 혈안이 된 것은 누구를 닮아서인가. 이러다가 정권이 바뀌면 또 반성 프로그램 한두 번 내고 ‘주군(主君)’을 바꿔 모실 심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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