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윤리강령, 대선용 안 돼야

  • 입력 2007년 6월 4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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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당직자와 선출직 인사들의 활동 기준을 엄격히 규정한 새 윤리강령 초안을 마련했다. 강재섭 대표는 어제 외부 인사 중심의 새 윤리위원들에게 이 초안을 넘겨주면서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강령을 확정해) 당을 청소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선을 앞두고 ‘부패와 기득권’으로 각인돼 온 당 이미지를 씻어 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

강령 초안은 새 당원협의회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까지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국회·지방의회의 무단결석을 금지하며, 1인당 10만 원이 넘는 선물 및 금품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당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규정이 있다고 저절로 자정(自淨)이 되지는 않는다. 실천이 따라야 한다.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 ‘차떼기 정당’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천막당사로 옮겨 갔을 때 이상의 결의와 행동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 주자의 지지율 합계가 70%에 이른다고 구악(舊惡)으로 비치는 인물까지 마구 끌어들이거나, ‘공천=당선’이라는 착각에 빠져 부적격자를 공천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어떤 윤리강령도 휴지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줄곧 ‘당 개혁’을 외쳐 왔지만 발밑에서 성추행, 금품수수 등 각종 비리의 악취가 진동했다.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됐던 한 중진의원은 유력 주자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고, 부인의 금품 수수가 드러나자 정계 은퇴를 공언했던 다른 중진의원은 두 주자 캠프의 치열한 영입 경쟁 대상이다. 지난 주말에는 당 소속 김태환 의원이 경북 구미역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역무원 등에게 거친 언행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모습으로는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백번 외친들 국민의 가슴에 파고들 수 없다. 새 윤리강령조차 대선을 의식한 일회용 정치쇼로 비친다면 민심을 잡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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