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공부보다 축구” 뒤로 가는 대학연맹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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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열린 2007프로축구 드래프트에서 대학 출신 175명 중 65명만 지명을 받았다. 프로에 못 간 선수 중에는 실업 팀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매년 졸업생의 절반 정도는 ‘실업자’ 신세가 된다. 대학에서마저 공부보다는 축구에만 매달리다 보니 선수로 뛰지 못하면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공부할 시간이 없는 이유는 매년 4, 5개나 되는 전국대회에 출전해야 해 합숙과 훈련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대학축구의 경우 관동과 관서로 나눠 1, 2부 리그제를 펼치고 있고 선수들은 일정 학점을 받지 못하면 졸업을 못한다. 이렇다 보니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지도자로 나서거나 사회에서 다른 길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일본 대학축구는 주말이나 평일 야간에 경기를 치르고 새벽, 오후 훈련만으로도 충분히 실력을 키울 수 있어 낮엔 공부에 열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대학축구연맹은 리그제 도입은커녕 올해 성적을 기준으로 내년부터 화랑(1부)과 청룡(2부)으로 나눠 전국 토너먼트 대회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선수들이 공부할 시간은 더 없어지게 됐다.

대학의 고교선수 선발 기준 또한 한국축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제도적으론 폐지됐지만 아직도 대학의 선수 선발 ‘잣대’는 4강, 8강 등 전국대회 성적이다. 2005년 기준으로 4강(6곳), 8강(27곳), 16강(11곳)을 적용하는 대학이 44개교로 개인 기량과 학업 성적(25곳)으로 뽑는 학교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고교축구가 ‘공부하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 주말리그를 추진하지 못하고 전국대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은 물론 중고교 축구 시스템까지 동시에 바꿀 수 있는 주말리그제의 도입이 시급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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