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보이지 않는 손’ 심판 휘슬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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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원대 사회체육과에서 정년 퇴임한 방열(66) 교수의 화문집이 나왔다.

899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는 그의 농구 선수 시절과 30년에 가까운 지도자 생활, 15년의 교수 경력 등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는 1980년대부터 방 교수가 주요 언론에 기고한 칼럼들도 실려 있는데 심판 문제에 대한 예리한 비판은 20여 년이 흐른 요즘에도 유효한 듯하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프로농구가 11시즌째를 맞이했어도 심판 휘슬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해서다.

특히 4차전에 접어든 모비스와 KTF의 2006∼2007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KTF 추일승 감독은 모두 아마추어 기아 시절 방 교수의 제자로 창단 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추 감독과 KTF 선수들은 원정 1, 2차전을 모두 패한 뒤 “판정에 일관성이 없고 우리에게 불리했다”며 목소리를 높이더니 프로농구연맹(KBL)에 다분히 분위기 반전을 의식한 유명무실한 심판 설명회까지 요청했다.

그랬던 KTF가 홈 3차전에서 이기고 나서는 한 선수가 심판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까지 할 정도로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반면 모비스는 3차전 패배 후 “우리가 3연승하게 되면 챔프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공산이 커져 흥행을 노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우승에 집착한 나머지 감독이나 선수가 심판을 지나치게 불신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실제로 어떤 판정들은 어떤 의도가 담긴 오심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어이없는 심판들의 실수를 보면 평소 심판 양성과 투자에 인색했던 KBL이 자초한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상을 향한 모비스와 KTF의 마지막 승부에서 주인공이 심판일 수는 없다.

감독, 선수는 심판과 신경전을 펼치기보다는 경기에 전념하고, 심판은 엄정한 경기 진행에 노력할 때 팬들의 박수 소리가 더 커지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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