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한 수의 희비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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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곤란하다고 했는데도 백 64로 젖혔다. 검토실이 놀란다. “무슨 수가 있나요? 흑 65에 끊으면….” 모두 침을 꼴깍 삼키며 도전자의 다음 수를 기다린다. 삽시간에 먹장구름이 반상을 뒤덮어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듯한 분위기다.

하긴 백의 처지에서는 64에 젖히지 않고서는 판을 이끌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흑 ○를 당했을 때 도전자는 당장 다음 수가 안 보여 20분이나 장고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상대를 빈사지경에 빠뜨렸다고 생각한 흑 65의 단호한 끊음이 단숨에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결정적인 실착이었을 줄이야.

“참고1도 흑 1로 두었으면 괴로웠다. 백 2를 선수하고 4에 잇는 것은 흑 5로 넘어가는 게 아플 뿐 아니라 선수다. 백은 6에 지켜야 하는데 이때 본보 흑 ‘가’로 손을 돌려 좋았다.(윤준상 4단)” 따라서 도전자는 참고2도 백 4의 빈삼각으로 받을 생각이었다고 했다. 괴롭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 그림이 더 낫기 때문이다.

11분 만에 백 66을 찾아냈다. 이 수가 떨어지자 검토실이 또 한번 기겁을 한다. 누구보다 국수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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