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유재학-추일승 누가 웃을까

  • 입력 2007년 4월 1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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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44) 감독은 20여 년 전 친구에게 ‘소’라는 별명을 직접 지어줬다. 경기 때 힘을 많이 쓰고 성격이 우직해서였다.

유 감독의 82학번 동기인 KTF 추일승(44) 감독 얘기다.

19일부터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 유 감독과 추 감독의 인연은 1980년대까지 거슬러간다. 이들은 지척에 있는 연세대(유재학)와 홍익대(추일승)에 다녔고 당시 양교 감독들이 친해서 자주 연습경기를 하며 가까워졌다. 1986년에는 아마추어 기아의 창단 멤버로 한솥밥을 먹었다.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들의 발자취는 대조적이다.

유 감독은 중고시절 이미 스타 가드로 이름을 날렸고 대표선수로 활약하며 병역 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왼손잡이 포워드 추 감독은 고2 때 뒤늦게 농구를 시작해 1년 유급하면서 1981년 2월 당시 문교부의 ‘유급생 공식 경기 출전 금지’ 조치에 따라 졸업반 때는 벤치만 지켰다.

기아에서도 유 감독은 주전으로 활약한 반면 추 감독은 후보 신세였다 1년 후 상무에 입대해 32개월을 복무했다.

엇갈린 길을 걷던 이들은 둘 다 20대 후반에 일찍 은퇴했다. 유 감독은 팀 내 파벌 다툼과 부상까지 겹쳐 코트를 떠났고 추 감독은 제대 후 프런트 업무와 선수 관리 등을 맡았다. 아쉽게 현역 시절을 마감한 유 감독과 추 감독은 착실한 지도자 수업 끝에 이제 생애 첫 프로농구 챔피언 사령탑을 향한 길목에서 맞붙는다. 이들은 ‘노력하는 감독’으로 불린다.

결국 누군가 하나 밖에 없는 우승컵을 차지하겠지만 우정 어린 페어플레이가 된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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