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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6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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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국내 방송사 PD들은 프로그램 개편 때 부산이나 일본으로 달려가는 게 일이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은 안테나만 세우면 일본 TV를 시청할 수 있었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숙소에 틀어박혀 며칠씩 일본 TV를 보며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처럼 일류는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2000년대 들어 한때 한류가 일류를 잠재웠다.
▷한국 제작자들이 다시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일본 문화에서 원작을 구하고 소재를 얻기 위해서다. 돌이켜 보면 중국 대륙을 사로잡았던 우리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2년 방영)는 중국에선 사라진 한국의 가부장적 모습을 보여 준 게 성공 비결이었다. 일본 열도를 감동시킨 ‘겨울연가’(2002년)는 헌신적 순애보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적셨다. 그 뒤를 이을 독특하고 참신한 원작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소설은 다양성과 상상력이 강점이다. 순수문학부터 대중소설까지 작가 폭이 무척 넓다. 소재 고갈에 고심하는 한국 제작자들이 탐낼 만하다.
▷문학이 풍요로워야 대중문화가 꽃피는 법이다. 소설 ‘해리 포터’가 있기에 영화 ‘해리 포터’가 있다. 우리 문학은 한동안 이념, 분단, 시대의 아픔 같은 묵직한 정치사회적 소재에 매달렸다. 문인들이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는 동안 독자들은 ‘읽는 재미’와 ‘개인의 삶’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국 문학은 외면당했고 그 빈자리를 일본 문학이 채우고 있다. “이데올로기는 예술가의 상상력을 위축시키는 적(敵)”이라는 극작가 이오네스코의 말이 적중한 꼴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단기간에 회복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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