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정부 아래 늘어난 빈곤층, 무너진 중산층

  • 입력 2007년 3월 19일 23시 24분


현 정부는 ‘서민 정부’를 자임하며 균형 발전과 양극화 해소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는 그 허구(虛構)를 고발하고 있다. 2000∼2006년 빈곤층 비율은 늘어난 반면 중산층은 위축됐다. 의료 및 주택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저소득층 가계는 만성적자에 허덕인다. 빈부 격차가 현 정부의 구호를 비웃듯이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은 경쟁의 세계화와 지식정보산업화 탓도 있지만 정부의 실정(失政) 책임이 더 크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채질해 부의 편재(偏在)가 급격히 확대됐고, 세입자에서 부동산 소유자에게로 소득이 이전되는 통로가 넓어졌다. 양극화 해소를 한다며 세금을 더 걷고, 균형 발전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를 남발했지만 이 바람에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날아갔다.

빈부 격차는 정부가 분배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중산층을 키워야 실질적으로 완화된다. 투자를 유도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정답이다. 시장과 기업에 친화적이어야 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 의욕을 북돋우는 성장정책을 써야 하는 이유다. 정상적 해법을 외면한 채 ‘양극화가 문제’라고 선동만 한다고 격차가 완화되지 않음을 이 보고서는 확인해 주고 있다.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효율적인 방법은 교육 기회의 확대다. 그런데 공교육이 무너지고 값비싼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계층 세습이 굳어지고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적했다. 경쟁원리의 도입과 교원 평가등을 통해 공교육의 역할을 회복해야만 저소득층이 빈곤 세습에서 탈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의 어떤 정책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인지 곱씹어 봐야 한다.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경제를 골병들게 하는 악순환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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