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이야기]‘멀리 보는’ 아스널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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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스널같이 어린 선수를 많이 키우는 곳도 없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게 감독은 중요한 경기가 열릴 때도 5명의 10대 선수를 투입한다. 지난달 아스널은 네 경기를 했다. 10일 간격으로 칼링컵에서 졌고 FA(축구협회)컵에서 탈락했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떨어지는 바람에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유망주를 키우는 데 열을 올리던 벵게 감독을 비웃던 비평가들은 의기양양해졌다.

○ 눈앞 성적보다 어린 유망주 집중 육성

벵게 감독에겐 지금 응원이 필요하다. 아스널은 유망주에게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했다. 이런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 첼시같이 ‘돈을 퍼붓는 식’은 안 된다.

칼링컵은 아스널과 첼시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 줬다. 30분 동안 아스널의 10대 선수들은 첼시란 거인 앞에서 겁 없이 맘껏 뛰었다. 하지만 아스널이 상승세를 타려는 순간 첼시의 슈퍼스타 디디에 드로그바가 2골을 몰아넣으며 2-1로 승리했다.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수억 달러를 쏟아 부어 유명 선수들을 모았다. 우크라이나 출신 골잡이 안드리 b첸코도 AC 밀란에서 6000만 달러에 데려왔다.

벵게 감독은 어린 선수를 찾아 대형 선수로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선수는 브라질 출신 데니우손(19)이다. 그의 몸값은 b첸코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b첸코에 뒤지지 않는다. b첸코가 지난해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로 뛸 때 데니우손은 상파울루의 후보에 불과했다. 지난주엔 칼링컵 결승에서 둘이 맞붙었다. 7만2000여 팬이 가득 찼고 팬들의 눈길은 b첸코와 데니우손에게 모아졌다.

○ 브라질 출신 데니우손 ‘내일의 호나후두’

b첸코는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첼시의 조제 모리뉴 감독과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자존심 싸움에 희생당하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신이 보기에 ‘무능력한’ 모리뉴 감독을 해고할 것이다. b첸코는 잉글랜드의 겁 없고 빠른 수비수들에게 집중 마크 대상이 됐다. 또 언어와 문화, 날씨도 그에게는 너무 낯설다.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데니우손은 너무 어려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브라질의 14∼19세 대표를 지냈고 아스널에 오는 순간부터 능력을 보여 줬다.

데니우손은 2월 초 볼턴과의 경기에서 황소 같은 능력을 과시하며 상대 중원을 와해시켰다. 티에리 앙리는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선수는 처음 본다. 미드필더에서는 압박이 심해 적응하기 힘든데 데니우손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에게 시간은 중요하다. b첸코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는 데 6개월이 더 필요할 것이다. 반면 데니우손은 훨씬 빨리 적응하고 있다. 그래서 그를 지켜볼 가치가 있다. 그는 진짜 특별한 선수다.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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