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공무원 월급 눈속임… 韓·中‘닮은꼴’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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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홍콩의 친중국계 신문 원후이(文匯)보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월급이 기껏해야 3000위안(약 36만6700원)가량이라고 보도했다.

원후이보는 지도부의 급여명세표를 공개하면서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의 월수입이 기초임금과 직무수당, 근속수당을 다 합쳐 봐야 이 정도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보도 직후 공무원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공무원 월급을 평균 15%가량 올렸다.

그러나 중국 공무원의 실제 월급이 최근 드러났다. 천즈리(陳至立·여) 국무위원이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위원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월급을 1만 위안이라고 공개했기 때문이다.

천 국무위원은 한 정협 위원이 “대학교수의 연봉이 10만 위안도 안 된다”며 교수의 월급 인상을 촉구하자 즉석에서 월급을 공개했다. 결국 지난해 7월 공개된 급여명세표는 ‘눈속임용’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것.

홍콩의 싱다오환추왕(星島環球網)은 11일 주택과 차량을 제공받고 접대비까지 공금으로 처리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중국 공무원의 실제 월급은 이보다 훨씬 많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에서 부부장(차관)급이 제공받는 180m²의 주택과 35만 위안짜리 차량만 돈으로 환산해도 월 5060위안을 추가로 받게 되는 셈이다.

국민에게 공개되는 공무원 월급의 교묘한 눈속임은 한국에서도 별 차이가 없다. 정부는 공무원의 봉급을 공개하면서 항상 월 기본급만 발표한다. 그러나 각종 수당을 합치면 실제 수령액은 기본급의 2배를 넘나든다.

5급으로 임관돼 15년 근무한 공무원의 월 기본급은 2005년 206만여 원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기자가 같은해 중앙인사위원회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 평균 월급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받는 수당 9가지만 더해도 기본급의 2배가 넘는 441만여 원이다. 그래서인지 봉급표의 한쪽 구석에는 작은 글씨로 눈에 잘 띄지 않게 ‘수당별도’라고 적어 놓고 있다.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공무원 월급을 발표할 것인가. 공무원 봉급을 깎아 사기를 떨어뜨리자는 말이 아니다. 떳떳하게 월급을 밝히고 국민에게 더 열심히 봉사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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