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현수]숲을 보는 한미FTA 협상을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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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많은 논란을 야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8일부터 닷새간 서울에서 8차 협상이 진행되는데,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이 7월 초에 만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8차 협상의 결과가 한미 FTA의 성사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8차 협상 이후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조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협상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대규모 협상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협상 폄훼하는 이중적 태도 없어야

협상이 시작된 이후 양국은 7차례의 공식 회합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아직 무역구제 분야나 자동차 세제 개편, 농산물 및 섬유 분야 등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8차 협상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양국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타협안을 제시함으로써 절충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방한해 협상 타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 준다.

물론 타결만이 협상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협상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 근거는 타결이 아니라 협상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그 내용이 불공정하다면 한국 경제에 독이 된다. 문제는 협상의 내용에 대한 평가의 공정성이다. 한미 FTA 협상을 공정하게 평가하려면 개별 사안보다는 전체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협상은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는 반면 피해를 보는 집단도 분명히 생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특정 부문의 협상 결과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 협상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방 또는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라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분야에서의 개방은 반대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협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또 한미 FTA에 대한 논란에서는 생산자 측 관점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자에게는 개방이 긍정적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후생에 대한 논의는 그리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협상단은 각 분과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되 일방의 주장이나 특정 정파에 대한 정치적 고려 때문에 협상의 내용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보호가 아니라 개방을 선택하며 성장해 왔다. 물론 개방의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개방 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로 성장한 한국의 위상이 이를 말해 준다. 하지만 후발개도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통상 대국으로서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임금 등으로 생산기반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현상도 지금까지의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내부 개혁으로 경쟁력 제고를

한미 FTA가 고부가가치산업을 성장시키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우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내부적 개혁을 지속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한미 FTA 이후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손해를 보는 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사회 통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개방의 결실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방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필연적으로 도태되는 기업이나 집단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두려워 개방을 피하기만 한다면 국제경쟁력 확보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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