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유종]재탕뿐인 정책설명회 왜 하나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코멘트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과 교육부총리,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노동부 장관, 공무원, 국민참여단 70여 명 등 130명이 참석한 ‘2007년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란 이름의 설명회를 열고 참여정부의 노인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한명숙 국무총리도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사의 표명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행사는 참여정부의 지난 4년간 성과와 미래 계획을 국민에게 알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이 정부 정책을 피부로 느끼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이 같은 업무보고는 매주 2차례에 걸쳐 4월 초까지 진행되며, 행사가 열릴 때마다 노 대통령과 해당 분야 장관들이 참석할 계획이다. 노인정책을 시작으로 △구직자, 비정규 근로자 △여성 아동 청소년 △중소기업인 △농·어업인 △과학기술인 △장애인 등의 주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이날 국민참여단은 정책 수혜자인 노인들이었으나 앞으로 주제에 따라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참석하게 된다.

이날 복지부가 소개한 기초노령연금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은 이미 발표됐거나 시행 중인 정책이어서 새로울 게 없었다. 복지부 홈페이지에도 실린 것들이어서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 이런 행사를 가질 뚜렷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노 대통령이 TV 카메라 앞에서 보여 줬던 ‘참여정부 자랑’처럼 말 그대로 홍보 이벤트에 불과했다.

이런 정책의 실행 가능성 및 설명회 장소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노인 관련 정책은 법제화가 필요한 것이 많지만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복지부 측은 적절한 장소를 찾다 보니 강당이 넓은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을 골랐다고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인 한 총리와 유 장관의 지역구는 고양시다.

이미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노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대통령선거의 해에 역대 어느 정부도 시도한 적이 없는 홍보 이벤트를 하는 일은 적절하지 못하다. 자화자찬에 돈과 시간을 들이기보다 정책이 실질적으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잔치를 잘했다고 좋은 평가를 받은 정부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유종 교육생활부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