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 이사람]日서 제2야구인생 연 이병규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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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병규(주니치·33·사진)는 여전했다.

1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시범경기는 그의 일본 무대 첫 공식전. 그러나 그의 얼굴에선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듯했다. 그는 “야구는 다 똑같잖아요. 그냥 재밌게 하려고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경기 전 연습 시간에 치고 달리는 그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새로운 팀 동료들과 틈만 나면 말을 주고받고 장난을 쳤다. 일본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열어 가는 이병규에게서 일본 야구와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 동료들 친밀감… 식사때 김치 꼭 나와

주니치는 선동렬(삼성 감독), 이종범(KIA), 이상훈(전 LG) 등 한국인 3총사가 뛰어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은 팀. 선배들이 터를 잘 닦아 놓은 덕에 적응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다쓰나미 가즈요시 등 베테랑 선수뿐 아니라 대다수의 선수가 한두 마디 한국어는 할 줄 안다. 이들은 대개 먼저 다가와 다정하게 대한다.

한국 선수가 없어진 뒤 사라졌던 김치도 이병규의 입단과 함께 부활했다. 캠프 때는 물론이고 시범경기 이동 때도 김치는 빠지지 않는다.

주전 유격수 이바타 히로카즈, 2루수 아라키 마사히로 등은 벌써부터 나고야나 도쿄에 가면 한국 식당을 함께 가자고 졸라댄다. 이른바 식사 예약이 꽉 잡혀 있다.

○ 시범 2경기 연속안타 ‘눈도장’

첫 실전이었던 2월 23일 자체 청백전. 이병규는 일본에서 투수 최고 몸값(3억9000만 엔·약 31억 원)을 받는 ‘특급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볼카운트 투볼에서 홈런을 쳤다. 왼손 투수 이와세가 왼손 타자에게 홈런을 맞은 것은 3년 만의 일이다.

일본 언론은 “이와세가 쓴웃음을 지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병규의 말은 달랐다. 그는 “경기 후 이와세가 오더니 ‘정말 잘 쳤다’며 악수를 청했다”고 했다. “일부러 맞혀 준 거냐”고 농을 건넸더니 이와세는 “맞더라도 볼넷을 주기 싫었다”고 답했다. 이날 홈런 한 방으로 이병규는 팀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병규는 첫 공식전인 1일 경기에서 1회 첫 타자로 나가 깨끗한 중전 안타를 쳤다. 2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벌어진 오릭스 버펄로스와의 시범경기 2차전에서도 3번 타자로 출전해 안타 1개를 기록했다.

일본에 와서 이병규가 새삼 놀란 것 중 하나는 일본 선수들의 집념이다. 그는 “선수들이 대체 쉬러 갈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캠프 때 오후 4시 정도면 팀 훈련이 끝나는데 모든 선수가 남아서 3∼4시간씩 개인 훈련을 했다는 것.

하루는 후지이 아쓰시라는 2년차 외야수가 수비 훈련 중 외야 한복판에서 눈물을 흘렸다. 허벅지에 부상이 있었는데 그걸 숨기고 계속 훈련을 하다가 이상하게 여긴 코칭스태프에게 발각된 것이다. 후지이는 1군행에 대한 욕심과 그간의 훈련이 너무 아깝고 서러워 운동장 한가운데서 펑펑 울었다. 그런 걸 보면 자신도 모르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 3∼4시간씩 개인훈련 선수들 보면 긴장

선동렬과 이승엽(요미우리)을 포함해 모든 한국 선수가 피하지 못했던 1년차 징크스. 그러나 이병규는 “내가 실패하면 징크스가 되겠죠. 잘하면 징크스가 깨지는 거고. 신경 안 써요.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잘되겠죠”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동료들에게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충고를 많이 들어요. 비디오를 보면서 일본 투수들을 파악하고 있지만 그것도 ‘너무 많이 보지 말라’고들 하네요. 부닥치면서 느껴 가는 거죠, 뭐”라고 말했다.

후쿠오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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