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권 ‘코드 立法劇’이 끝없이 괴롭히는 民生

  • 입력 2007년 2월 28일 23시 00분


4대 입법은 노무현 정권이 내세우던 개혁의 표상이었다. 대통령 탄핵사태로 졸지에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위헌적 요소로 가득 찬 4대 입법을 몰아붙였으나 결국은 값비싼 대가만 치른 채 만신창이가 됐다. 이에 따른 국가·사회적 손실은 국민 분열의 심화, 안보 불안, 서민을 울린 부동산 가격 폭등, 국가경쟁력 저하로 나타났다.

정부가 시장과 싸우다 거듭 실패하면서 이제는 정합성(整合性)이 있는 대책을 내놓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잃어 성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코드 입법의 ‘좌회전 깜빡이’가 기업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결국 평균점에도 못 미치는 낮은 경제성적표로 이어졌다.

反시장 反헌법 법률의 국가적 소모 크다

열린우리당이 무리를 거듭해 개정한 사립학교법은 2년여 동안 사학을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뒤늦게 원상 복구될 운명을 맞고 있다. 사학법 사태는 실용과 동떨어진 정부의 코드와 무능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열린우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종교집단의 표를 의식해 핵심 조항인 개방형 이사제를 수정하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개방형 이사제가 구악(舊惡)을 일소할 비장의 무기인 양 벼르다가 종교계가 반발하자 대선을 의식해 스스로 후퇴한 것이 노 정부 개혁의 실상이다. 법률이 원상 복구되더라도 교육 현장의 혼란과 상처는 오래도록 가시지 않을 것이다.

4대 입법의 실패는 반(反)헌법적이고 반시장적인 코드로 인한 정치권력의 실패다. 개정 사학법은 교육현장에서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전교조 세력의 강화를 노린 것이었다. 국가보안법 개정은 북한의 위협 앞에서 무장을 해제하려는 시도였다. 신문법은 비판 신문을 손보기 위해 만든 악법이다.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과거사법이지만 위원회의 중복, 예산 낭비, 연좌제(連坐制)성 망신 주기, 국민 편가르기의 문제를 안고 있다.

4대 입법과 함께 추진된 수도이전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고 ‘국정의 두 집 살림’이라는 기형적 형태로 변질됐다. 지배세력의 교체 운운하며 수도 이전을 몰고 가던 오기는 간곳없고 여당은 정권 상실의 위기 앞에서 살 궁리에 정신이 팔려 있다. 즉흥적 수도 분할은 행정의 비능률로 인해 두고두고 국가적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이 정부는 무리한 법률을 밀어붙이다가 반발이 커지면 수습하기 위해 야당과의 빅딜을 통해 반헌법, 반시장적 법률로 땜질을 했다. 여당과 한나라당은 4대 입법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라는 원칙을 희생시키고 정치적 흥정을 통해 신문법을 만들었다. 악법 제정에 협력한 한나라당도 언론 자유를 유린한 공범이다.

신문법은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상당수 조항이 무효화됐지만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독소조항은 여전히 살아 있다. 한번 무리한 법률이 만들어지면 바로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코스트가 드는지를 사학법과 신문법이 보여 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신문을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독재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언론자유와 양립할 수 없는 신문법은 폐기돼야 옳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대표적 실정(失政)의 결과다. 반시장 코드와 무능으로 참담한 ‘정부의 실패’를 불러 놓고 다시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나는 입법으로 해결하려다가는 반드시 시장의 응징을 받게 돼 있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원가공개 제도는 민간의 주택공급을 위축시키고 주택담당 공무원의 비리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위헌적 땜질 동조하는 한나라당도 共犯

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따내기 위해 반시장 성격의 부동산 입법을 수용하는 것은 하나의 악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악을 용납하는 것과 같다. 한나라당이 보여 주는 포퓰리즘의 극치는 부동산 입법에서 나타난다. 말로는 코드 입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표를 의식해 반시장적 입법의 들러리를 서고 있다. 시장경제를 확고히 지키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여당의 포퓰리즘에 얹혀 이삭을 줍겠다는 속셈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 신문 회견에서 경제는 언제든지 나오는 단골 메뉴라며 ‘경제 대통령’보다는 시대정신을 갖춘 정치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여론조사에서 경제 대통령에 대한 갈망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얼치기 좌파 코드로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를 헝클어 놓았는데도 국무총리실의 정부 업무평가는 경제에 92.3점을 주었다. C학점도 안 되는 실적을 내놓고 스스로 A학점을 준 꼴이다.

여당은 코드 입법이라는 낡은 이념의 ‘모자’를 쓰고 스스로 무너졌다. 그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차기 정부에서도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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