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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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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라는 생각에 인터넷을 두드려 봤다. 13∼25일 중앙일간지 5개, 공중파 방송 2개를 비롯한 13개 매체에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 북한 핵 폐기 과정은 급물살을 탔으며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이라는 희망적 분석이었다.
급물살까지는 아니지만 워싱턴에서도 수면 위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주역은 협상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다. 그는 CNN, ABC 방송과 인터뷰했고 브루킹스연구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방문했다. 28일에는 하원 청문회에도 출석한다.
이런 분주함은 낯이 익다. 2005년 9·19 베이징 합의 직후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그는 그때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고, 국무부로 한국 특파원들을 다과회에 초대해 2시간 동안 선 채로 질문을 받아 내기도 했다.
서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데자뷔’(전에 경험한 것처럼 느낌)를 보는 것만 같다. 귀국 협상단의 자축, 통일부 장관의 대북 지원 방침 천명, 외교부 고위 관리의 분주한 워싱턴 출장 일정….
북한 인사들의 미국 내 행보는 더욱 새삼스럽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곧 방문하고,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출신인 한성렬이 뉴욕과 애틀랜타를 다녀갔다.
우선 북-미 관계의 격세지감이 피부에 와 닿는다. 한성렬의 후임인 김명길 공사에게 미국 입국비자 발급이 지연된 것이 얼마 전인 바로 지난해 가을의 일이다.
협상 타결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생각은 없다. 지지율이 바닥을 친 한미 양국 대통령의 조바심이나 대북제재 공조를 깨고 싶은 평양 권부의 속사정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뜨릴 상황인지 묻고 싶다.
지금은 멀고도 긴 ‘진짜 협상’을 앞둔 시점이다. 북한이 핵 신고와 영변 핵시설의 사찰 협조를 제대로 할 것인지를 점치기 어렵고, 6자가 합의한 빠듯한 일정이 어긋날 때를 대비한 비상계획도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
서울과 워싱턴의 책임자들이 1차 성과 홍보에 신경을 쓰더라도, 내부 회의에서만큼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 상황이 깊이 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김승련 워싱턴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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