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의 비평에 대한 反論 청구는 부당하다”

  • 입력 2007년 2월 25일 23시 12분


대법원이 ‘언론의 의견 표명이나 비평 기사는 반론(反論)보도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작년 2월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사건이 1년 만에 고법에서 확정됐다. 본보 2001년 7월 4일자 ‘국정홍보처장 툭하면 성명(聲明)’이라는 기사와 사설을 문제 삼아 국정홍보처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재판부는 ‘사실을 근거로 주장하는 보도만 반론의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결정은 특히 현 정부가 반론청구라는 명목으로 숱하게 자행해 온 언론 탄압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반론 요청 등 법적 대응 건수는 130건에 이른다. 김대중 정부(연평균 23.6건)의 5배 이상이다. 특정 언론사에 직접 대응한 301건까지 합치면 하루 1.2건꼴이다.

국정브리핑은 ‘잘못된 보도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본보가 반론보도문을 싣는 등 지면을 할애하는 ‘피해’를 봤음을 인정하고 국정홍보처에 1890만 원을 물어내라고 했다. 정부가 언론의 비판 기능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더 유용한 데 쓸 수 있었던 행정력을 너무나 많이 낭비했고, 이에 앞장선 사람이 대통령인 셈이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신문과 방송’에서 “언론에 의해 피해를 본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도입된 반론보도 제도가 국가권력이라는 가장 큰 힘을 가진 강자의 애용품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지난주 열린우리당 탈당 결심을 밝히면서 “(비판세력이) 특정 언론의 페이스로 나를 공격하는 것엔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비판을 못 참는 정도가 병적(病的)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지경이다. 어떤 경우에도 권력을 비판, 견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은 위축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신문법의 핵심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지도 8개월이 흘렀다. 이런 법을 방치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가 ‘자유 민주’를 입에 올리는 것이 세계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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