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지난달 9일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 당일 실시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60∼70%에 이르렀던 노 대통령 임기 중 개헌 반대 응답이 후속 조사에서도 크게 줄어들지 않은 채 과반수를 나타내고 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나서 개헌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청와대가 이런 흐름과 다른 조사 결과를 하나 발표하긴 했다. 청와대브리핑은 지난달 27일 조사에서 연내 개헌 찬성이 46.3%, 반대가 49.4%로 찬반 여론이 엇비슷하게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1주일 뒤인 2월 3일 한 신문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연내 개헌 반대가 68%, 찬성이 23.4%로 개헌 제안 당일 조사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여론의 변화 가능성은 있지만 1주일 사이에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잇단 여론조사에서 연내 개헌 반대 여론이 한결같이 나타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헌 제안에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노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개헌보다는 노대통령의 원만한 국정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 대통령과 한배를 탔던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조차 “개헌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9일 한국헌법학회 회장단 등 학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언론인 정치인 학자 등 엘리트들이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서 개헌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불만을 나타냈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개헌 반대 민심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뉘앙스다.
여론조사는 민주사회에서 선거 말고 국민의 뜻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법 중 하나로 꼽힌다. 권위 있는 여론조사기관인 미국 갤럽의 프랭크 뉴포트 편집장은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저서 ‘여론조사’에서 “여론조사는 현대사회에서 대중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올바른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학문적으로도 입증됐다.
노 대통령도 2002년 대선 때 여론조사를 통해 정몽준 후보를 제치고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국가정보원 등의 정보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하자 청와대는 여론조사를 민심 파악 수단으로 자주 활용하고 있다. 청와대는 2005년 99회, 지난해에는 122회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본보는 청와대가 어떤 주제의 여론조사를 해 정책에 반영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정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여론조사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왜곡된 조사가 이뤄졌거나 조사 결과와 달리 민심에 역행하는 국정운영을 하지 않았다면 혼란이 일어날 이유가 없을 텐데도 말이다.
뉴포트 편집장은 “지도자는 자신의 통찰력과 지혜를 대중을 상대로 시험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충분히 전달됐는데도 대중의 의견이 제자리걸음이라면 과감히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에 무리하게 집착하는 노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얘기 같다. 민심이 바로 천심(天心)이라고.
김차수 정치부장 kimc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