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두터움의 힘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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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형세는 어떠한가. 흑이 두텁게 두느라 황소걸음으로 일관한 것 같아도 초반 좌상귀의 정석 흥정에서 재미있는 결과를 얻은 데다 좌하귀에서 3·3(○)도 차지하여 실리는 비슷하다. 그렇다면 두터움이 말을 하는 국면. 두터움이라는 것은 안개 속에 몸을 숨기고 다가와 면전에서 칼을 뽑는 자객과 같다. 초반에는 안 보이지만 서서히 걷히는 안개처럼 후반으로 갈수록 그 힘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흑 ○로 뛰어들어 87까지 하변을 도려냈다. 대신 백은 88로 우변 흑진을 유린했지만 흑 93에 이으니 비슷해 보이던 실리가 어느새 10집 차이로 벌어져 있다. 두터움의 위력이다.

흑 99의 이음도 참고도 흑 1을 선수하고 3으로 지키는 것이 보통이지만 윤준상 4단은 시종 두텁고 안전하게 둔다.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끊거나 몰아붙이지도 않고 뚜벅뚜벅 걷기만 하는데도 백은 제갈량의 팔진도에 걸린 것처럼 수세에 몰려 있다. 사대천왕의 한 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영훈 9단을 1국에 이어 2국에서도 꼼짝 못하게 하는 힘, 이는 윤 4단의 형세를 읽는 눈이 깊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윤 펀치’를 쏠 줄 아는 승부사로 자란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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