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유장한 강물처럼

  • 입력 2007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바둑 고수의 실력을 1품부터 9품까지 9단계로 분류해 그에 걸맞은 이름을 붙인 것이 ‘위기구품(圍棋九品)’이다. 이에 따르면 4단은 소교(小巧)다. 용렬하나마 비로소 기교를 부릴 줄 안다는 것이다. 9단은 입신(入神)이다.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프로바둑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초단과 9단이 맞붙는 세상이 되었고, 이제 단위는 실력보다 명예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기원 연구생을 거쳐 갓 입단한 요즘 초단들은 이미 4, 5단의 기력을 갖췄다고 한다.

백 40으로 붙여 44까지 상변 수습을 서둘렀다. 흑 45, 분주히 잰걸음을 걷는 백에 비하면 흑은 팔자걸음이다. 하지만 이 수는 너무 느긋했다. 좌하귀 47의 곳을 차지하는 게 정수였다. 백 46도 흑 45에 손 따라 둔 실착이다. 참고도처럼 3·3을 선점해야 했다. 흑 2의 공격에는 백 3, 5로 ‘좀 당해준다’는 자세로 대응하면 흑은 별수 없이 6으로 손을 돌려 살 수밖에 없다.

흑 47이 컸다. 흑 51도 무척 두터운 수.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유장한 강물처럼. 품위는 아직 소교이나 움직임은 입신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