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그렇게 밀어붙이고도 인사권 행사 못했다니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도 제대로 행사할 수가 없다.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발목이 잡힌다.”(4일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

“코드 인사라는 이름이 좀 마땅치 않지만 그것은 정당정치, 책임정치의 당연한 원칙이다”( 8월 31일 KBS 특별회견)

노무현 대통령은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반박하고 있다. 야당의 ‘코드 인사’ 시비와 반대 때문에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하소연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그동안 정말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을까?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노 대통령의 인사를 문제 삼은 적이 있지만 노 대통령은 번번이 이를 무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임명 강행이다. 노 대통령은 8월에는 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책임있는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 달라”며 인사에 관한 한 자신이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노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자진 철회했으나 이는 청와대가 지명 과정에서 헌법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위헌 논란에 휘말린 데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국무위원 내정자에 대한 검증을 위해 올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뒤에도 장관(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포함) 17명을 임명했다. 또 장관 내정자 3명이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자질 등을 문제 삼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지만 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통해 ‘절대 불가’ 의견을 냈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도 결국 대통령 뜻대로 임명했다.

또 노 대통령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한나라당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이런 사례는 노 대통령이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인사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아닐까.

장강명 정치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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