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법 개정하고 특수연금도 수술하라

  • 입력 2006년 11월 30일 2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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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표결로 통과돼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때부터 ‘너무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급여체계를 잘못 설계한 데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2047년 고갈이 예고되고 있다. 개정안은 9%인 보험료율을 2018년까지 12.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재의 60%에서 2008년부터 50%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금지급 수준은 당장 낮추되 보험료는 점진적으로 인상해 재정 불안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여야가 표(票)를 의식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법안이 번번이 휴지통에 버려졌던 전례에 비추어 상임위 통과는 연금 개혁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그러나 소득대체율 5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고갈 시기를 늦출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더욱이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인 기초노령연금법안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늦으면 늦을수록 기득권자가 늘어나 개혁이 더 어려워지고, 이에 비례해 부담 또한 커진다.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서의 연금 부담은 고스란히 자녀인 후세대의 몫으로 떠넘겨진다. 제때 연금을 개혁하지 못해 성장 둔화와 정치적 갈등을 겪는 유럽 각국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1977년 적자로 돌아선 군인연금과 2000년 기금이 바닥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함께 개혁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민간인들이 자신의 노후까지 희생한 채 퇴직공무원을 위해 올해만도 세금 8452억 원을 공무원연금에 집어넣은 상황이다. 사학연금도 2026년이면 기금이 소진돼 세금으로 퇴직교사들을 부양해야 할 판이다.

국민연금법안을 통과시키면서도 정부가 특수연금 개혁 법안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기득권에 얼마나 무력(無力)한지를 보여 준다. 국민에게 연금 개혁에 따른 불이익을 나눠 지게 하려면 그간 엄청난 혜택을 받아 온 특수직역(職域)부터 고통 분담의 대열에 합류하도록 하는 것이 순리(順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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