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경숙]잠 못이루는 대학 4년생

  • 입력 2006년 11월 21일 19시 58분


취업 관련 통계를 보면 대학 예비졸업생들의 심적 부담이 충분히 이해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졸업자(4년제 대학 및 전문대, 일반대학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동안 정규직 취업률은 평균 56%로 나타났다. 한 취업 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공채를 실시한 75개 기업의 평균 취업경쟁률은 92 대 1이다.

한편 기업체는 필요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을 실무에 투입하기까지 평균 20.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실제 교육비용, 임금 총액, 4대 보험 기업부담금 등 총인건비를 합산한 재교육비용은 대기업의 경우 1인당 약 1억680만 원으로 추정된다.

고학력자의 취업난이 심각한 반면 기업은 산업 현장에 적합한 인력을 찾기 힘든 모순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작 ‘부의 미래’에서 기업과 기술의 엄청난 변화 속도에 비해 교육시스템은 아직 대량생산체제인 제2의 물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산업 분야는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있는데 교육시스템은 시속 10마일로 더디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급 인력 부족 속 고학력 취업난

몇 해 전부터 대학들은 산업 현장에 알맞은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시도를 해 오고 있다.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겸임교수로 채용하고, 취업경력개발기구를 두어 기업체 의견을 반영한 다양한 경력개발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멘터 프로그램이다. 이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지식과 경험을 쌓을 뿐만 아니라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인성교육과 리더십 함양에 큰 도움을 받는다. 멘터로 참여하는 기업체 CEO들도 멘티와의 관계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어 기업-대학의 협력프로그램으로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대학은 아카데미즘 본연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사회 변화에 적응할 실용주의 학제를 조화롭게 반영한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교수와 구성원의 동의를 구해 새로운 교육시스템에 걸맞게 교과과정과 학칙 등을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생들도 1학년 때부터 자신의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진로에 대한 준비를 일찍 시작해야 졸업 후 경력 개발이 수월할 것이다.

기업들은 좀 더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비숙련 인력에게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 인턴십과 같은 실무 경험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비숙련 인력의 업무관여도를 높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 게 중요하다. 학생들이 배운 지식과 능력을 산업현장에서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인턴십이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정착된다면, 기업들의 재교육비용을 줄이고 인재의 능력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어 기업에 매우 유용한 인재 확보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정부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제도 등을 통해 기업과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핀란드 전체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의 성공은 오울루 시의 적극적인 협조와 오울루대의 우수 인재 양성이 결합되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국립기술청(TEKES)은 기업의 기술 개발이나 제품 개발을 위한 펀딩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에 대해서도 관여해 기업과 대학 간의 협력을 증진시켰다.

산학협력으로 맞춤 인재 양성을

이제 우리도 기업 및 국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각 주체들 간의 유연하고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장에서 직접 쓸 수 있는 고급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국가는 통합적이고 거시적인 인적자원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기업과 대학은 공동으로 만든 교과과정에 입각한 맞춤교육으로 교육과 기업의 속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국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로 대학이 경제 산업계의 변화를 선도하는 지식과 기술을 많이 창출할 때 고학력자의 취업난과 기업의 고급인력난은 동시에 해결될 것이다.

이경숙 객원 논설위원·숙명여대 총장 kslee@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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