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사람들의 ‘나는 괜찮고’ 病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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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 들어 청와대가 사표를 내고 떠난 일부 비서관에게 다른 직장을 구할 때까지 길게는 4개월이 넘도록 월급을 챙겨 줬다는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청와대는 “후임자와의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필요한 적법 절차”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사표를 낸 뒤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근무를 하지 않고서도 월급을 받았다면 명백한 위법이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2003년 정부가 10·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던 때 서울 강남권의 52평형 아파트를 계약했음이 드러났다. 당시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강남 불패(不敗)는 끝났다’고 선언할 만큼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고 이 실장은 이를 홍보해야 할 홍보수석비서관이었다. 계약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국민에겐 엄포를 놓고 자신은 뒤로 계약을 한 꼴이다.

모두가 이 정부 사람들의 ‘나는 괜찮고’ 병(病) 탓이다.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세간의 경구가 딱 들어맞는다. “지금 집 사면 낭패 볼 것”이라는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강남 아파트 매매도 한 예다.

그뿐이 아니다.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딸을 외국어고에 진학시켜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까지 보냈으면서도 외국어고 확대와 국제중학교 설립에는 반대했다. 조기숙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조선말 동학혁명의 도화선이 된 탐관오리 조병갑 고부군수가 증조부임이 최근 드러났으나 “역사적 사건이 한 개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는 궤변으로 역사적 사실마저 부인했다.

친여(親與) 신문사 재직 때 일부 정치인 자녀들의 병역기피 의혹과 미국 국적 취득을 비난했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자신의 두 아들이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의혹이 제기되자 “사장 자리를 내놓을 문제는 아니다”고 버텼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의원도 병역기피를 위한 단지(斷指) 의혹이 제기되자 “1980년대의 시대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강변했다. 친일 청산에 앞장섰던 김희선 신기남 의원은 부친의 친일 의혹이 제기되자 “몰랐다”거나 “정치적 흠집 내기”라고 맞섰다.

이 정부 사람들의 이중적 행태는 국민을 얕보고 우습게 아는 독선과 오만의 산물이다. 그 결과가 바로 한 자릿수로 추락하기 직전인 정권 지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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