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포문을 열다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흑 ○로 ‘빡세게’ 나갔다.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이 한순간 놓친 호흡으로 명암이 갈리는 것처럼 이 대목에서 밀리면 걷잡을 수 없다. 흑 ○에는 그런 심정이 담겼으나 백이 어복을 째듯 28 이하로 가르고 나오니 아무래도 흑쪽이 벽을 등지고 싸우는 형국이다. 이제부터는 완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김효곤 4단은 32까지 교환한 뒤에야 흑 33의 곳을 지켰다. 백 34로 연결해 갈 때 모두 참고도 흑 1, 이 호구를 기세로 보았다. 그러나 김 4단의 선택은 흑 35로 밀고 나가는 수였다. 참고도 흑 1은 다음 백이 A나 B의 선택권을 쥐고 흔드는 게 싫었을까. 백 36, 38을 맞더라도 위쪽 대마는 흑 39로 비집고 나오는 숨길이 아직 살아 있다는 얘기다.

바야흐로 백병전이다. 견주고 재고 할 만한 거리조차 없이 뒤엉킨 이런 육박전에서는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백 42…, 귀를 살리려는 움직임으로 봤다면 낙제다. 희생양이다. 오히려 귀를 버리고 외곽을 두텁게 한 뒤 위쪽 흑대마에 공세를 퍼부으려는 사전 공작이다.

백 44∼52 진시영 2단은 뜻한 대로 배후에 병력을 집결한 뒤 마침내 54로 포문을 열었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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