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눈엣가시 같은 잽, 백 62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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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밀착해온 백 ○에 흑은 57로 젖히고 59로 빠지는 정도. 여기서 백 60의 두터운 꼬부림에 이어 62의 잽 한 방은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다. 어떻게 받을 것이냐를 묻고 있다. 이런 잽은 자칫 잘못 물으면 미끼가 되고 만다. 당하는 처지에서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눈엣가시마냥 불편하고 성미를 급하게 만들곤 한다.

이희성 6단은 흑 63으로 젖혀 받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참고도 흑 1로 받고 백 2 때 손을 빼 흑 3으로 바짝 다가서는 쪽이 좋았다. 백 4에는 이하 흑 9까지 좀 당한다 하더라도 하변을 넓게 구축했기 때문이다. 흑 1은 백 2로 막는 게 선수의 의미가 있어, 이 6단은 참고도 백 4 이하를 당하는 게 싫었던 것이다(그렇다고 4의 곳을 또 수비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이것이 흑 63 한 수로 백 62에 재갈을 물린 뒤 흑 65로 하변을 개척해볼 심산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백이 66의 곳 명치를 지그시 누르니 ‘아얏’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흑 67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앞서 던져둔 잽 한 방의 ‘약발’이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최철한 9단이 넉넉한 표정으로 백 68을 둔다. 그러나 흑을 봉쇄하며 중앙으로 헤쳐나간 듯한 이 한 수가 사실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의 수였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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