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先軍한다며 治水못해 숨져간 북녘 동포들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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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로 북한 주민 4000여 명이 사망, 실종되거나 다쳤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어제 보도했다. 일부 대북(對北) 지원단체는 사망·실종자가 1만여 명, 수재민이 130만∼1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김정일 정권이 자랑하는 주체(主體)와 ‘선군(先軍)정치’의 현장이 이렇다. 치수(治水) 하나 제대로 못해 제 나라 백성이 떼죽음을 당하는데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참으로 기가 막힌 정권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방사업은 나라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 혁명의 승리적 전진을 담보하는 국가 정치의 첫째가는 중대사”라고 강조했다. 그 국방사업의 몇십분의 1만이라도 수해 방지에 썼더라면 비슷하게 큰비가 온 한국과 일본처럼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선군정치를 한답시고 군(軍)장성들에게는 벤츠 승용차와 호화 저택을 사주면서, 주민들은 굶어죽게 하다 못해 물난리에 떼죽음까지 시키는 것이 ‘지상 낙원’이란 말인가.

1990년대 중반에도 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겪었던 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난의 행군’이라며 모든 주민을 피해 복구 현장에 몰아넣고, 성인 남자 한 사람에게 하루 200∼300g의 식량을 나눠주며 연명케 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그때의 참상을 잊지 않고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그동안 뭘 했는가. 21세기 문명사회에 이처럼 무책임하고 무자비한 정권이 또 있는가. 2300만 명의 주민을 소수 노동당 지도부의 노예로 생각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이런 정권을 흠모하고 칭송하기에 안달인 사람들이 남쪽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입만 열면 ‘민족끼리’를 강조하고 ‘자주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의 선군정치가 남한도 지켜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비만 오면 떠내려가는 북에 가서 살 생각이나 용기는 없어 보인다. 그들은 남한 사회의 모순만 크게 보고, 김정일 정권의 반(反)인륜적 패악(悖惡)은 보지 못하는 희한한 눈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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