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단체장 4기, 아직 부실한 뿌리]<6>허울뿐인 교육자치

  • 입력 2006년 6월 28일 03시 08분


코멘트
다음 달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제주도 내 주요 도로에는 대형 아치와 현수막, 엠블럼이 내걸려 경축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다음 달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제주도 내 주요 도로에는 대형 아치와 현수막, 엠블럼이 내걸려 경축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5·31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달 중순. 패색이 짙어 가던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는 비장의 카드를 던졌다.

다른 공약은 언급하지 않고 서울을 ‘교육특별시’로 만들겠다는 플래카드를 아파트 입구마다 내건 것.

서울시민이 얼마나 자녀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고, 현재의 교육체계에 대해 불만이 높은지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서울시장 후보뿐이 아니다. 지난 선거에서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구청장 후보는 물론 지방의 시장 군수 후보까지 ‘영재학교 유치’ ‘자립형 사립고 신설’ ‘특수목적고 신설’ 등 교육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강 후보나 어느 자치단체장이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교육인적자원부가 권한과 예산을 한 손에 쥐고 있는 현행 교육시스템에서는 공약을 실천하기가 힘들다”고 단언했다. ‘무늬만 자치’에서 벗어나려면 주민의 관심이 가장 많은 교육 분야에서 완전한 자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지방교육청, 권한 발휘 못해

요즘 공부 잘하는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가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에는 경기 가평군에 있는 청심국제중 입학 문제가 화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사설학원에서 열리는 청심국제중 입시설명회는 늘 자리가 꽉꽉 찬다. 초등학교 한 곳에서 대여섯 명만 입학추천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중학교판 민족사관학교다.

이처럼 국제중이 주민 사이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장이나 지방교육청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3월에 국제중 2곳을 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강하게 태클을 걸고 있어 실제 개교 여부는 불투명하다. 심지어 교육부가 입학시험에서 지필고사를 봤다는 이유로 ‘국제중 손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제중 설립은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중 같은 학교가 늘어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혀 국제중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현행 제도상 중학교 신설 인가권은 시도교육감에게 있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는 중학교의 외국인 정식 교사 채용 규정이 없다. 외국인 교사를 확보하려면 법령 손질이 불가피하고 교육부가 반대하면 추진하기가 어렵다.

○ 지자체와 중앙정부 충돌 예상

2008년부터 중학교 졸업생이 다른 시도에 있는 외국어고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만든 조치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행정 태도를 보여 준다. 교육 당사자인 외국어고나 학부모, 학생의 의견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교육부는 개념조차 모호한 ‘공영형 혁신학교’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이 학교에 재정 지원은 하지만 정책에는 관여하지 못한다.

시도지사의 큰 불만 가운데 하나가 교원봉급, 전입금 등 많은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교육 정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교원봉급 2600억 원을 낼 수 없다며 위헌 소송까지 낸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기는 했지만 지자체의 불만을 잘 보여 준다.

고려대 신현석(교육학) 교수는 “지자체에 돈만 내고 정책엔 간여하지 말라는 식의 통제적 행정은 곤란하다”며 “지자체가 교육 지원을 늘리고 교육 혁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선진국에선

해외 선진국의 교육체계는 기초 지자체가 주축이다. 지방교육행정기관은 지자체장의 보조 기관이거나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교육 행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마다 교과서가 다르고 심지어 초중고교의 학제가 다른 곳도 많다.

영국은 지방의회의 상임위원회로 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한다. 이 위원회는 세입·세출의 결정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육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권한을 갖고 있어 상당한 수준의 독립성을 인정받는다.

미국은 주 의회의 위임을 받은 주 교육위원회가 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맡는다. 위스콘신 주를 제외한 49개 주가 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정책 결정은 교육감, 주지사를 거쳐 주 의회가 최종 의결하지만 위원회가 대부분의 교육 관련 심의, 의결 및 자문 권한을 갖는다.

독일도 주 의회가 교육에 관한 입법권을 갖고 있다. 연방정부는 교육 입법권이 아예 없다.

일본은 광역 단위인 도도부현과 기초 단위인 시정촌의 2층제로 지방교육자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956년 이후 일반행정에서 지방교육행정까지 담당하는 부분이 늘어났다.

도도부현 교육위원회는 시정촌 교육장 임명 승인, 초중고교 설립, 의무 학교의 학급 아동 수 기준, 학급편제 인가 등의 권한을 갖는다.

■ 내달 1일 출범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자치 실험’

┒逞熾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