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원재]나라 망신 日원정 소매치기단

  • 입력 2006년 4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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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TV 방송을 보면 반가운 얼굴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민영방송 TBS의 드라마엔 최지우와 신현준이 주연으로 나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요 프로로 채널을 돌리면 보아가 탁월한 가창력과 춤 솜씨를 뽐낸다.

광고 시간이 되면 한류 스타의 출연 빈도는 더욱 잦다. 배용준 최지우 윤손하 이병헌…. 최근엔 권상우 김태희도 CF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의 히트에 고무된 공영방송 NHK는 몇 년 전 한국에서 방영된 ‘국희’를 위성채널에서 방영하기로 했다.

그러던 6일 일본 TV에선 ‘드라마틱한 한국 범죄단’이 톱뉴스를 장식했다.

한국의 4인조 원정 소매치기단이 도쿄(東京) 외곽 니시닛포리(西日暮里) 역 구내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자 이에 저항하며 최루 스프레이를 뿌려 댄 사건을 전한 것이다. 경찰관 2명이 화상을 입었고, 시민 20여 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언론들은 목격자 증언을 내보내면서 이들의 범행 수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한국 소매치기 조직은 부산파와 서울파가 있는데, 부산파가 흉기로 무장해 훨씬 더 포악하다고 한다.” “한국 소매치기 일당이 저지른 범죄가 지난해에만 도쿄 시내에서 1500건 이상 발생했다.”

일본에서도 소매치기 범죄는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하지만 대낮에 흉기로 경찰관을 공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일본 사회가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 소매치기단이 일본에서 활개를 치기 시작한 것은 월드컵축구 공동 개최와 ‘겨울연가’ 붐으로 한류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일본 상륙을 틈타 나라 이미지를 땅에 떨어뜨리는 범죄까지 흘러들어간 셈이다.

현지 치안 관계자들은 일본에서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신주쿠(新宿) 유흥가에서 중국 폭력조직이 기승을 부린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사업가 출신의 80대 교포는 “TV에서 젊고 잘생긴 고국의 스타를 보는 재미로 사는데 이따금 이런 소매치기 범죄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며 답답해했다. 아무리 국제화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일본에서 경찰까지 공격하는 한국인 소매치기단의 추한 모습을 지켜보는 입맛은 쓰기만 하다.

박원재 도쿄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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