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시위 전문가’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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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인 문정현(66) 문규현(61) 신부가 유명해진 것은 사목(司牧) 활동보다는 각종 시위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문정현 신부는 1970년대 ‘운동’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주로 반미(反美)운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 관련 촛불시위, 매향리 미군사격장 폐쇄 및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 시위 등에서다. 문규현 신부는 1989년 비밀 입북한 대학생 임수경 양을 데리러 평양에 다녀온 뒤 통일 및 환경운동을 주로 해 왔다. 성직자를 넘어선 운동가로서 형제가 각각 다른 전공이 있다고나 할까.

▷주한미군 용산기지와 미2사단의 이전(移轉) 예정지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가 반미운동의 새 거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이곳에선 그제도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을 내건 시위대가 국방부, 경찰과 충돌했다. 문정현 신부는 바로 이 범대위의 주역이다. 그는 지난해 2월 대추리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나중에 또 어디로 옮길지는 몰라도 지금은 ‘대추리 주민’인 셈이다. 일부 주민은 국가가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용한 땅에 ‘올해도 농사를 짓겠다’고 해 마찰을 빚고 있다.

▷범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통일연대, 한총련, 민주노총 등은 그동안 반미, 국가보안법 폐지, 파업 등 ‘세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연대(連帶)하는 일이 많았다. 이들은 장(場)이 서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투쟁을 선동하고 동지가 된다. 일종의 ‘시위 동업자’라 할 수도 있겠다.

▷‘거의 직업 수준의’ 시위대 때문에 미군기지 이전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스크린쿼터 축소,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한미 간의 최근 현안과 맞물려 우리 사회가 다시 여중생 치사 사건 때와 같은 반미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들의 시위에도 돈이 꽤 들 텐데 어디서 나온 돈으로 수지(收支)를 맞추는지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다. 시위는 누가 기획하고 누가 후원하며 누가 이익을 누리는 것인지 밖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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