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용산기지와 미2사단의 이전(移轉) 예정지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가 반미운동의 새 거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이곳에선 그제도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을 내건 시위대가 국방부, 경찰과 충돌했다. 문정현 신부는 바로 이 범대위의 주역이다. 그는 지난해 2월 대추리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나중에 또 어디로 옮길지는 몰라도 지금은 ‘대추리 주민’인 셈이다. 일부 주민은 국가가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용한 땅에 ‘올해도 농사를 짓겠다’고 해 마찰을 빚고 있다.
▷범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통일연대, 한총련, 민주노총 등은 그동안 반미, 국가보안법 폐지, 파업 등 ‘세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연대(連帶)하는 일이 많았다. 이들은 장(場)이 서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투쟁을 선동하고 동지가 된다. 일종의 ‘시위 동업자’라 할 수도 있겠다.
▷‘거의 직업 수준의’ 시위대 때문에 미군기지 이전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스크린쿼터 축소,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한미 간의 최근 현안과 맞물려 우리 사회가 다시 여중생 치사 사건 때와 같은 반미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들의 시위에도 돈이 꽤 들 텐데 어디서 나온 돈으로 수지(收支)를 맞추는지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다. 시위는 누가 기획하고 누가 후원하며 누가 이익을 누리는 것인지 밖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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