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검은돌은 國手를 알고 있다?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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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기 국수전에서 흑번 필승의 기록이 이어졌다.

이창호 9단은 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대회 도전 5번기 최종국에서 국수 최철한 9단을 상대로 흑 125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3승 2패로 우승컵을 안았다. 대회 통산 9번째 우승.

이날 대국은 흑백을 가리는 것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기 4국까지 흑을 잡은 쪽이 계속 이긴 데다 두 대국자가 대결한 47∼49기에서도 12번의 대국 중 흑 승이 11번이었고 역대 전적으로도 33번 중 23번이나 흑을 든 쪽이 이겼다.

오전 10시 돌을 가린 결과 이 9단이 흑을 잡게 되자 김승준 9단은 “흑을 든 쪽이 심리적으로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9단은 초반부터 순조롭게 출발했다. 최 국수가 우상 귀에서 백 34, 36의 둔한 행마를 하면서 흑이 포석의 요소인 37을 차지해 실리에서 앞서 나갔다. 최 국수는 중앙 집을 키우며 흑의 실리에 대항하려 했으나 흑도 하변 집이 커져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불리함을 의식한 최 국수는 백 110을 두며 버텼으나 흑 123까지 이 9단의 침착한 마무리에 차이가 되레 벌어지자 돌을 던졌다. 돌을 던진 시점에 반면 15집 차이였다.

이 9단은 이로써 국수전에서 2번 연속 최 국수에게 패한 것을 설욕하며 국수위에 올랐다.

이 9단은 국수전 우승으로 왕위, 전자랜드배, 십단전, KBS바둑왕전 등 국내 기전 5관왕이 됐다. 반면 국수전 3연속 우승을 노리던 최 국수는 GS칼텍스배 하나만 보유하게 됐다.

인터넷 사이버오로(www.cyberoro.com)는 이날 대국을 이세돌(李世乭) 9단의 해설로 생중계했다. 이세돌 9단은 국내 랭킹 1, 2위의 대결인 만큼 흔쾌히 해설 요청에 응했다는 후문이다.

검토실에도 서봉수(徐奉洙) 9단을 비롯해 20여 명의 프로기사가 나와 한 수가 놓일 때마다 반상의 변화를 추적하며 분석했다.

국수전은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기아자동차가 후원한다. 우승 상금은 4000만 원.

최종국(1~125) : 초반 우상귀에서 백 34∼40까지 4수를 투자했으나 큰 집을 내지 못하고 흑 37의 요처를 빼앗겼다. 초반 우세를 끝까지 지켜낸 이창호 9단의 완승보.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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