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관은 밖으로 돌고, 주택대출 정책은 널뛰고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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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초 주택자금 대출 조건이 석 달 만에 세 번이나 바뀌었다.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한 땜질식 졸속 행정에 생애 최초로 사기당했다’는 원성이 거세다. 정책이 널뛰고 있을 때 경북지사 출마설이 나도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대구 방문을 수행 중이었다. 이러고서도 온전한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했다면 국민이 비정상이다.

건교부는 23일 신청분부터 금리를 연 5.7%로 높였다. 시중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 변동금리 평균(5.6%)보다 높다. 기금이 바닥나려 하자 금리를 올려 대출 신청을 사실상 막아 버리는 잔꾀를 낸 것이다. 더구나 금리 인상을 22일 발표하고 유예 기간도 없이 적용했다. 기존 정책을 믿고 기다린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됐다. ‘선착순’이라고 예고라도 했다면 앉아서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교부는 부부 합산 연간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이거나 3자녀 가구는 금리를 0.5%포인트 내려 준다고 하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이런 가구가 ‘생애 최초 주택대출’을 받아 연 5.2%나마 이자를 부담하며 무리 없이 생계를 꾸려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정책을 남발하다 보니 국민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불감증에 걸린 모양이다. 본사 취재팀과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공동조사에 따르면 건교부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에 걸쳐 냉·온탕식 널뛰기 부동산대책을 50여 차례나 내놓았다. 그런데도 지난해 8·31대책이 보여 주듯이 부동산시장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 친화적인 장기 대책보다 쇠몽둥이로 내리치는 충격요법에 주로 의존하니 선의(善意)의 시장 참여자들만 고통을 겪는다.

동네 구멍가게도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손님이 끊긴다. 과거에는 문책당하는 공무원이라도 있었지만 요즘은 코드만 따지는지 책임을 묻는 사람도, 지는 사람도 없다. 하긴 장관부터 선거판이나 기웃거리니 누가 책임을 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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