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中, 인류에 공헌해야 강대국 된다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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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숱한 논의는 모두 한 문제에 관한 것이다. 중국은 어떻게 해야 이른 시일 내에 강대국이 될 것인가? 이는 또 다른 근본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은 무엇을 위해 강대국이 되려는 것인가?

중국은 현 세계에서 강대국이 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민족적 자부심을 높이며 인류를 위해 공헌하고 싶어 한다.

18세기에는 인구와 식량, 병력 등으로 강대국이 결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른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협의의 기술에 있어서 중국과 선진국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광의의 기술이다. 선진 사회정치 조직과 기능, 문화가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건전한 법치와 민주제도를 갖춰야 한다. 더욱 어려운 것은 성숙된 법치와 민주주의 전통을 형성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런 조건을 갖추려면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소수 국가만이 강대국의 지위에 올랐으며 오랫동안 이 지위를 유지했다. 몇몇 국가는 강대국의 지위까지 접근했다가 중도 탈락했고 몇몇 국가는 강대국이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빠르게 몰락했다. 중국이 가야 할 강대국의 길은 첫째 유형이어야 한다. 강대국이 됐다가 신속히 몰락하거나 강대국이 되는 과정에서 불만이나 원한을 품는 세력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중국의 민족적 심리, 국가 전략, 국가 이미지, 종합적인 흡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은 국가 이익을 지키고 군사력을 발전시키며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펴나가되 국제정치에 있어서 신중하고 치밀한 태도와 인내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핵심은 국내에 있다. 경제개혁을 좀 더 발전시키면서 정치개혁도 가속화해야 한다. 현재 날로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는 물질적 차이를 넘어 국민의 심리적 간극을 넓히고 있다. 정책 변화와 체제개혁 없이는 사회 안정을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 현 지도부가 조화로운 사회 건설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이미지가 이런 문제들로 인해 더욱 손상을 받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은 중국 상황을 전할 때 정치 보도에 치중했고 그 내용도 편향됐다. 중국이 일당 독재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서방 언론은 중국의 사회문제를 더욱 많이 다루고 있다. 농민 빈곤, 부유층 비리, 하급관리의 전횡, 열악한 근로조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의 만연, 환경 파괴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중국 사회가 불균형하고 불공정하다고 전한다.

물론 중국은 경제 발전과 체제 개혁을 통해 빈부 격차를 축소하고 이를 통해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사회 정의를 증진시켜야 한다. 하지만 서방 언론의 편향된 보도들이 중국의 이미지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정한 강대국은 가치관에 있어서 세계사에 중요한 공헌을 해야 한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적 권위와 영향력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민주주의 제도와 자유, 사회 정의 등의 가치를 신장시키지 않았다면 경제력과 군사력만으로 강대국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중국은 개혁 개방 이후 가치관 측면에서 세계를 위해 어떤 공헌을 했는가? 전혀 공헌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비약적으로 발전한 중국의 경제총량과 대외무역량에 비하면 보잘것없을 것이다.

중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물질주의나 민족적 우월감을 넘어 인류에 공헌을 해야 진정한 강대국이 된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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