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전자랜드 朴단장 목소리 좀 내시죠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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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시즌째를 맞은 프로농구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한 가지 있었다. 선수 출신 단장이 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 시즌 동부 최형길(46) 단장이 유일했으나 올 시즌에는 삼성 조승연(62), 전자랜드 박수교(52) 단장이 가세했다.

흥미로운 점은 선수 출신 세 단장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동부와 삼성이 1, 2위를 다투고 있으나 전자랜드는 꼴찌로 처져 있다.

단장 한 명이 팀 성적을 좌우하진 않겠지만 그 영향력은 크다. 단장은 구단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코칭스태프와 선수, 프런트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고 전체 팀 분위기를 이끄는 중요한 자리다.

용산고와 연세대를 거친 동부 최 단장과 20년 넘게 지도자로 활약한 삼성 조 단장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구단에서 전문성을 인정하면서 자율성까지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승패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뭔가 팀이 큰 어려움에 빠졌을 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감독과 선수의 마음을 잘 알기에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

아마추어 농구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최 단장은 농구 후배를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키려는 애정을 갖고 그동안 가장 많은 22명의 신인을 뽑았다. 이런 까닭에 동부 프런트에는 유난히 선수 출신이 많다.

조 단장은 여자 농구장을 자주 찾아 관심을 기울이고 장학금 지원과 대회 홍보 같은 아마 농구 지원에도 공을 들인다.

반면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전자랜드 박 단장은 ‘농구 마니아’라는 구단 고위층의 입김이 세다 보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무시될 때가 많다.

전자랜드는 시즌 전 주위의 반발을 무릅쓰고 처음으로 구단주의 뜻대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더니 얼마 안 돼 경질하는 난리를 겪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선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고도 1명밖에 안 뽑아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 주에는 신장 측정 실수로 용병 교체가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잘되는 집안과 그렇지 못한 집안에는 다 이유가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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